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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3편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 돌려보기
주성철 2008-05-15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 Indiana Jones and the Last Crusade(1989)

시작과 경로: 1912년 유타주 → 1938년 포르투갈 → 뉴욕 → 베니스 → 잘츠부르크 → 베를린 → 요르단 보물: 코로나도의 십자가, 성배(메인) 여자 파트너: 앨리슨 두디 바닥에 깔린 건: 쫓아오는 건: 불 붙은 쥐떼와 갈매기

별난 아버지 헨리 박사의 등장

루카스는 불현듯 유령의 성 얘기를 해보자고 했다. 하지만 <레이더스> 이후 비슷한 컨셉의 <폴터가이스트>(1982)를 만들었다가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스필버그로서는 큰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인디아나 존스의 아버지를 등장시킨다는 제안에 흔쾌히 프로젝트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인디아나 존스>가 <007>의 변형이라고 늘 믿었던 그로서는 제임스 본드의 원조인 숀 코너리를 무조건 캐스팅했다. 그를 한참이나 쫓아다닌 끝에 얻어낸 승낙이었다. 루카스는 좀더 종교적이고 보수적인 인물로 설정했지만 숀 코너리 스스로는 좀 별난 아버지가 되고 싶어했다. 사소한 의견 차이가 있었지만 어쨌건 해리슨 포드는 그의 존재로 인해 ‘<최후의 성전>이 가장 세련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라 말했다.

첫 번째 보물: 코로나도의 십자가

인디아나 존스가 13살이던 보이스카우트 시절, 도굴꾼이 16세기경에 제작된 코로나도의 십자가를 훔치는 것을 보고 그것을 막으려 한다. 결국 그것은 실패하고 말지만 훗날 포르투갈 해안까지 쫓아가 폭우와 파도가 넘실대는 배 위에서 다시 그 십자가를 찾는다.

두 번째 보물: 성배

윌터 도노반(줄리언 글로버)이라는 남자가 찾아와 자신이 앙카라 북쪽에서 발견한 반쪽짜리 신의 석판의 탁본을 보여주며, 인디아나 존스의 아버지이기도 한 헨리 박사(숀 코너리)의 일기장을 참고로 나머지 반쪽 석판과 예수가 최후의 만찬 때 사용했다는 술잔 ‘성배’(Holy Grail)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그것은 나치가 쫓고 있는 보물이기도 하다. 성배를 손에 넣은 사람은 천수를 누릴 수 있다. “성배를 찾는 건 우리 안의 신성을 찾는 것”이라는 게 헨리의 얘기다.

인디아나 걸: 나 모델 출신이야

어쩌다보니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 출연한 여주인공들 중 가장 존재감없는 이름이 됐다. 개인적인 필모그래피로도 <최후의 성전>이 최고 작품일 듯. 그래도 쥐에 머리가 물어뜯기기도 하는 등 카렌 앨런이나 케이트 캡쇼에 전혀 뒤지지 않는 고생을 했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나 모델로 활동하던 앨리슨 두디는 <007 뷰 투 어 킬>(1985)로 데뷔했다. 역시 성배를 쫓는 나치의 엘사 박사로 등장해 인디아나 존스 부자 모두와 관계를 맺기도. 1996년 이혼한 현실의 그녀는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이유로 미란다 오토가 연기한 <반지의 제왕>의 에오윈 역할을 거절하기도 했다.

동물: 더러운 시궁창 쥐가 아니야

1편의 뱀과 2편의 벌레에 이어 등장한 ‘떼’는 바로 쥐다. 3편 역시도 CG로 만들어낸 쥐가 아닌 실제 쥐떼인 것은 당연한 일. 질병에 감염된 쥐는 곤란하기 때문에 전문 동물 관리사들이 무려 2천여 마리의 쥐를 관리하고 길렀다. 하수구의 쥐들이 아니라 철저히 위생적인 쥐들인 셈. 역시 영화 속 이미지와 달리 뱀도 벌레도 쥐도 무서워하지 않는 해리슨 포드는 별 감흥이 없었다. 오히려 “어려서부터 자연의 친구라 쥐를 애완동물로 키운 적도 있다”는 게 그의 얘기. 불에 쫓겨 헤엄치는 쥐들은 모두 기계 쥐들이다. 이처럼 언제나 특수효과에 의존하지 않는 동물떼를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4편에서는 스필버그가 과연 어떤 동물떼를 보여줄지 무척 궁금하다.

로케이션: 신화적 장소, 페트라 유적지

베니스 장면들은 모두 8월에 촬영됐다. 사는 사람보다 관광객 수가 훨씬 많은 베니스에서 바캉스철인 8월에 촬영한다는 것은 거의 지옥이었다. 그래서 거대한 프로펠러에 의해 보트가 산산조각나는 장면 등은 모두 영국 엘스트리 세트에서 촬영됐다. 베를린 장면 역시도 스튜디오에서 촬영됐다. 히틀러와 맞닥뜨린 인디아나 존스의 일지에 히틀러가 사인을 해주고 떠나가는 침묵의 순간은 역시나 인디아나 존스식 유머가 빛나는 명장면이다. 독일군 탱크와 싸우는 장면들은 모두 스페인의 알메이라 지역에서 촬영됐다. 이곳은 이탈리아 마카로니 웨스턴 장르의 전성기 때 촬영장으로 각광받던 곳이다. 탱크 역시 제작진이 직접 만든 것. <레이더스>에서 봤던 독일군과의 야외 추격전이 다시 등장해 <레이더스> 팬들로서는 무척 반가운 일이었다. 그리고 <최후의 성전>에서는 요르단의 페트라 유적지(사진)가 등장한다. 요르단은 데이비드 린의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가 촬영된 곳이기도 한데 촬영 당시 국왕의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이 페트라 유적지는 영화에 신화적 성격을 부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인디아나 존스를 계속 ‘주니어’라고 부르던 헨리가 처음으로 ‘인디아나’라 부른 곳이기도 하다. 성배를 포기하지 않고 발을 내뻗던 인디아나 존스를 헨리는 그렇게 부른다. 그만 포기하라고.

체이스: 곡예를 부리듯 기차칸 넘나들며

<최후의 성전>의 체이스신은 오프닝부터 박진감있게 펼쳐진다. 역시나 웨스턴 장르의 추격극이다. 어린 인디아나 존스는 도굴꾼들로부터 달아나 서커스단 기차에 올라타 파충류관, 마술관 등 각각의 기차칸을 지나치면서 때로는 버스터 키튼처럼 곡예를 부리며 그들을 따돌린다. 원래 뱀을 손으로 잡아 내던질 정도로 파충류에 대한 혐오감이 없던 그가 파충류관에서 몸속으로 기어드는 실뱀떼에 경악한다. 뱀에 대한 공포가 언제 생겼나를 보여준다고나 할까. 게다가 사자가 있던 기차칸에서 처음으로 채찍을 잡는다. 그때부터 채찍은 인디아나 존스의 주무기가 된다. 게다가 사자를 다루다 그만 채찍에 턱밑이 조금 찢어지게 되는데, 실제 해리슨 포드는 젊었을 적 차로 전신주를 들이받아 턱밑에 상처가 있다고 하니, 메이크업으로 가리지 않았던 실제 그의 상처도 그렇게 설명되는 셈이다. 그리고 인디아나 존스 부자가 해변에서 독일군 전투기의 추격을 갈매기의 공격으로 되받아치는 장면은, 영화에서 아버지 헨리가 뭔가 제대로 액션을 해낸 거의 유일한 장면이다. 갈매기를 조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하얀 비둘기떼를 모아와서 많이 보이도록 그들이 날아오를 때 하얀 티슈를 뿌리면서 그 장면을 완성했다. 헨리가 날려보낸 갈매기떼는 독일군 전투기로 달려들어 박살내버린다. 스필버그가 말하는 <최후의 성전>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왜냐하면 아버지의 위신이 살아 있으니까.

깜짝 인물: 풋풋한 리버 피닉스

<최후의 성전>에서는 풋풋한 리버 피닉스의 젊은 날을 감상할 수 있다. 어린 인디아나 존스로 그를 추천한 것은 피터 위어의 <모스키토 고스트>(1986)에서 그와 부자관계로 출연하기도 했던 해리슨 포드였다. ‘자신의 어린 시절과 닮았다’는 게 그의 얘기다. 스필버그는 <스탠 바이 미>(1986)의 그를 무척이나 좋아했다고. 4편의 샤이어 라버프와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을 듯. 더불어 여기서는 뱀에 대한 공포와 채찍 사용은 물론 인디아나 존스의 특성들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보여주는데, 그의 중절모와 가죽점퍼가 그때 만났던 도굴꾼의 모습에서 왔다는 것도 흥미롭다. 또한 <최후의 성전>에는 <마궁의 사원>에서 보지 못했던 살라와 마커스가 모두 다시 등장한다. 특히 <레이더스>에서 인디아나 존스의 아버지 같은 모습으로 등장했던 ‘박물관에서 길 잃는 남자’ 덴홀름 엘리엇은 답답한 대학 교실을 떠나 꽤 큰 비중으로 등장하는데, 실제 아버지인 헨리의 등장으로 사실상 비중이 많이 축소된 것이라 한다. 어설픈 언행으로 위기를 자초하는 모습이 꽤 웃음을 자아낸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와 비교하는 시선이 많은데, 흥미롭게도 그는 <본 아이덴티티> 2부작 TV시리즈에서 제이슨 본을 돕는 와시번 박사로 출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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