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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중>의 감독과 각본가로 본격 의기투합한 강우석·장진 대담
진행 문석 정리 강병진 사진 이혜정 2008-05-13

“난 그냥 장진이 계속 영화를 만들게 해야겠다는 생각만 했어.”_강우석

씨네21: <강철중>이 비로소 KnJ의 첫 작품인 것 같다. 두 사람이 한 영화에서 같이 한 건 처음 아닌가.

강우석: 그동안은 (장)진이가 찍는 영화를 뒤에서 조언 정도만 했지. 사실 장진은 자기가 찍은 걸 가지고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면 잘 안 들어. (웃음) 그래도 편집으로는 나한테 들이대더라고. 사실 그렇게 계속 같이 했다고 봐야지.

씨네21| 함께 파트너를 꾸린 건 언제였나.

장진: 10년 정도 됐죠. <간첩 리철진>이 처음이니까. 그때부터 제가 연출한 영화는 시네마서비스에서 투자했어요.

강우석: 그때 내가 같이 하자고 했지. 누가 <기막힌 사내들>을 보고 하는 말이 진짜 코미디영화가 나왔다는 거야. 그런데 사실 나는 그 제목 듣고는 와닿는 게 없었어. 하지만 영화 보고 깜짝 놀랐어. 유머의 소리내는 방식이 독특하더라고. 만약 내 스타일과 비슷했다면 그냥 잘 봤다 하고 말았을 거야.

장진: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만났죠. 그때는 완전 초창기일 때라 강우석이란 사람이 영화계에서 어떤 존재감이 있는지 아는 게 없었어요.

씨네21: 만나보니까 어떻던가.

강우석: 첫인상이 좋지는 않았어. 귀걸이하고 이러는데 짜증나더라고. 아는 척을 해야 돼 말아 이랬다니까. (웃음) 그런데 말을 툭툭 뱉는데, 나이가 한참 어린 데도 전혀 주눅이 들거나 그런 게 없었어. 자신감이 있어 보였지. 그래서 오케이, 같이 하자 한 거야.

씨네21: 어떤 가능성을 봤기에. 사실 <기막힌 사내들>은 반응이 갈리는 영화였다.

강우석: 사람들이 장진이 글은 잘 쓰는데 영화는 덜 상업적이라는 말을 많이 해. 그러면 나는 어떻게 이야기하냐면 이제 거의 다 왔다고 하지. <아들>은 완전히 상업적으로 간 거잖아. <킬러들의 수다>도 우리나라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인데도, 관객을 요리조리 끌고 가잖아. 그런 걸 보면 곧 확실한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지.

씨네21: 한때 강우석이 사람만 보고 영화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강철중>

강우석: 그런 줄 아는데, 사실 시나리오는 내가 제일 먼저 보거든. 그리고 조만간 꽃망울이 터질 때가 됐는데, 열매가 열리는 순간 내가 채가야 할 거 아냐. 그래서 못 놓는 거지. 자칫하면 죽 쒀서 개 주는 꼴이 된다고. (웃음)

씨네21: 강우석 감독이 꼰대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나.

장진: 그런 건 잘 몰랐죠. 처음 만났을 때 앉은 지 5분도 안 돼 담배 한대 피워도 되냐고 물었어요. (웃음) 저로서는 오히려 큰 시선을 가진 분이 디자인해주는 게 좋았죠. 지금도 릴렉스한 관계예요. <한반도> 때는 너무 많이 들이대니까 제가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고, 그런 비슷한 과정이 있으니까 계속 같이 가는 거 같아요. 내가 너무 주눅들어서 예스맨으로 있었다면 재미없었을 거야.

강우석: 그랬으면 같이 있을 필요도 없지. 뭐 가끔 전화해서 뭐하냐? 놀러와라 이러면 됐을 거야. 보면 영화하는 사람들이 사람 평가에 대해 너무 단편적이야. 흥행이 안 되면 헤어지려고 하고. 사람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게 별로 안 좋은 것 같아. 그래서 나는 흥행이 안 될 것 같아도 헤어지면 안 될 거 같아서 차기작을 미리 계약할 때가 많다고. 사람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결과물에 대해서만 예민해하는 건 안 좋아 보여.

씨네21: 아끼는 후배, 존경하는 선배여도 막상 같이 회사를 차릴 때는 다르지 않았을까.

강우석: 나는 그냥 장진이 계속 영화를 만들게 해야겠다는 생각만 했어. 얘가 보니까 언제든지 연극으로 돌아갈 것 같았거든. 이제는 내가 그런 말을 안 하지만, 한때는 너 다시는 연극하지 말라고 했었다고. 또 내가 영화를 해야 진이도 하지 않겠나 싶었고. 별도 계좌를 만들어서 돈 많이 벌자는 건 아니었어. 돈은 시네마서비스로 벌면 되지. 또 젊은 친구들이 나하고는 일하기 어렵겠지만, 진이랑은 할 수 있는 터전이 되지 않을까 구상도 했었지.

장진: 저야 이 판에서는 감독님이 오야지(대장)라고 생각했던 거니까. 그래서 가면 가는 대로 가는 거죠. 그런데 이런 생각도 있어요. 90년대 중반에 들어온 감독, 프로듀서들이 자기들끼리 얽히려고 하는데, 그게 좋은 그림이면서도 한계가 많거든요. 어떤 형태든 감독님이나 감독님 선배들이 버터줘야 한다는 거예요. 감독님은 일단 판에서 번 돈을 판에서 쓰시잖아요. 감독님뿐만 아니라 다른 선배들도 투자 안 돼서 죽겠다 이런 이야기 절대 안 해요. 사실 나는 쪽팔리죠. 영화판이 좋을 때는 투자가 막 들어오고 그랬지만, 힘드니까 회사들이 없어져요. 밖에서 보면 얼마나 영화계가 나약해 보이겠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씨네2000이나 기획시대 선배들은 표정 하나 안 변하고 계속 가요. 이들이 없어질 거라는 생각을 못하죠. 영화판이 90년대 나온 30대 초·중반 감독, 제작자들이 움직이는 것 같지만 절대 아니에요. 제가 생각한 KnJ의 시작은 그거였어요. 감독님 옆에는 이춘연 대표님, 이준익 감독님이 다 든든하게 연대해 있잖아요. 내가 기대기에는 정말 좋은 거죠.

강우석: 몰라. (웃음) 나는 그냥 영화 찍을 때가 제일 좋으니까. 술도 더 많이 마시고 숙취도 별로 없고. 사실 가족들하고 약속도 있었지. 올해가 데드라인이야. 우리 와이프가 그랬어. 올해까지는 내가 혼자 아이를 키우겠는데, 올해도 회사를 없애지 않으면 자기가 나가겠다고. (웃음) 그 친구 소원이 내가 회사 안 하는 거야. 감독만 한다면 1년 내내 영화 찍어도 좋대. 그런데 회사 핑계대고 안 오는 건 못 견디겠대. 그래서 이 영화 결과에 따라서 많은 변화가 있을 거야. 결과가 좋으면 재계약하는 거지. (웃음)

씨네21: 이전에 강우석 감독이 아끼던 장윤현 감독이나 김상진 감독은 좀 삐치지 않았을까. 마치 어느 순간 강우석 감독의 오른팔이 장진 감독이 된 것 같은데.

강우석: 그것 때문에 애들이 많이 삐치기도 했지. 아마 아직 치유가 안 됐을 거야. 이거 나가면 또 삐칠 텐데…. (웃음) 그런데 내가 내친 게 아니란 말이지. 원래 자식들이 결국에는 아버지 흉내를 내잖아. 내가 이렇게 가니까 자기들도 뭔가를 해보고 싶어한다고. 내가 김상진을 아무리 붙잡고 있어도 결국에는 나갔단 말이야. 말아먹더라도 결국 자기 이름으로 뭘 해보겠다는 걸 내가 막지는 못하는 거지. 그러니까 솔직히 뭐냐면 빨리 망하고 들어와라 이거야. “지금 춥지?” “예. 추운데요.” “빨리 아무 거나 하고 들어와. 넌 뭘해도 망해.” 이런 거지. 아마 90년대 후반에는 사람 까낸다는 표현이 맞을 거야. 그런데 2000년대 들어서부터는 “그래 너네들도 경험해봐. 해보고 정말 못 견디겠으면 그리고 그때 내가 버티고 있으면 다시 들어와.” 이런 상황으로 가는 거라고. 그러니 애들도 운신이 편해진 거지.

씨네21: KnK(김상진)이나 Kn 또 다른 J(장윤현)도 가능하지 않았냐고 물어본 거였다.

강우석: 만약 KnK다, 그러면 그건 그냥 K지 무슨 KnK야. (웃음) 사실 상진이나 윤현이는 그런 생각 안 한다고. 그런데 어디서 삐치냐, 뒤에서 당신들처럼 말하는 걸 듣고 삐친단 말이야. (웃음) ‘까였지?’라고 물어보면 까인 게 아닌데도, ‘내가 까였나?’ 이런다고.

씨네21: 장진은 부담스럽지 않았나. 선배 감독들 때문에.

장진: 저는 뭐 별로 중요하게 생각 안 하는데.

강우석: 선배를 갖고 놀잖아. (웃음)

장진: 제가 정치적으로 발 담근 게 아니잖아요. 내가 선배들의 자리를 바꾼 거라고는 생각 안 해요. 어떤 자리에서나 이름만 없었지, 항상 옆에 있었으니까 오히려 고맙죠. 내가 잘 못하는 일들을 해주시니까.

강우석 감독

장진 감독

씨네21: 관계 정리가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 각자의 회사인 시네마서비스와 필름있수다가 KnJ로 엮이는 건 없나.

강우석: 나는 필름있수다가 어떻게 되든 시네마서비스가 어떻게 되든 마음 비운 지 오래야. 여기는 내가 더 늙기 전에 영화를 만들고자 한 공간이고, 장진을 기계적으로 영화 많이 만드는 놈으로 세팅하려는 욕심이 있는 곳이지. 사실 내가 영화를 찍을 때보다 진이가 영화를 찍을 때 기분이 더 좋아.

장진: 저 영화 많이 찍는데요. 평균으로로 따지면 매년 한 작품씩 연출하고, 제작하고, 또 중간에 연극도 하고. 그런데 감독님 입장에서는 이 자식 이제 됐구나 하는 한방이 없으니까 그러시는 거죠.

강우석: 1천만짜리 한편은 장진이 해야지. 그러고 나서 연극으로 가든지 말든지 하라는 거지. (웃음)

“내 평생 감독님께 시나리오 한권은 써드려야 한다 생각했었죠. AS까지 확실하게.”_장진

씨네21: <강철중>을 준비하면서 장진 감독을 시나리오작가로 쓰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한 건가.

강우석: 10년 전부터 진이한테 책 한권 달라는 이야기는 했지. 사실 <강철중>은 원래 1편 쓴 작가한테 맡기려 했었다고. 그런데 못하겠대. 어떻게 해. 답이 없잖아. 그래서 진이한테 전화 걸어서 네가 써야겠다 한 거지. 원래는 다른 작가가 써오면 진이가 정리하는 정도만 약속이 있었거든. 그랬는데 한번 해보겠대. 그리고 시간을 좀 달래. 그런데 20일이 지나도 안 썼더라고. 그래서 지금 뭐하냐고 했더니 머릿속으로 메모하고 있대. 그리고 일주일쯤 되니까 초고가 나오더라고.

장진: 원래 초고는 빨리 써요. 워밍업이 몇달 정도 걸릴 뿐이지. 그런데 <강철중>은 트리트먼트가 어느 정도 있었고, 또 급하니까 빨리 뽑아드리자 한 거죠. 그렇게 한 건데 예상했지만 정말로 크랭크업 전날까지 마지막 장면 대사 고쳐달라고 하실 줄은…. (웃음)

씨네21: 현장에 붙잡아놓지 그랬나.

강우석: 연락이 안 되더라고. (웃음) 그런데 또 일단은 장진이 각본을 써도 내 영화가 나와야 하는 거잖아. 책이 넘어오면 그때는 진아 이제 빠져라, 내가 답답할 때만 도와줘라 했던 거지.

<공공의 적>

씨네21: 1편의 존재가 워낙 센데, 부담은 안 됐나.

장진: 오히려 도움이 많이 됐죠. 그게 어디예요. 일단 강철중이란 인물이 너무 명확하고 그걸 추억하는 대중이 많다는 게 있고, <공공의 적> 1, 2편의 악당들과 차별화할 수 있겠다는 게 있었죠. 혹자들은 재영이 캐릭터를 보면서 좀더 독하고, 더 때려죽여야 하는데 할지 모르지만 여하튼 둘이 싸움이 되니까 그걸 보는 재미가 윤택할 거예요. 그런데 그래도 이제 다시는 다른 사람이 연출할 시나리오는 안 쓰려고 해요. 쓸 때마다 생명이 단축되는 느낌이라서. <강철중>은 어차피 내 평생에 감독님께 한권은 써드려야 한다는 게 있었으니까 한 거고, 또 이걸 쓰면서 괜히 쪼들리게 “감독님 얼마 줄 거예요?”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이번에는 AS까지 확실히 하겠다는 생각이 어차피 있었기 때문에 감독님이 그러시는 순간 하자고 한 거죠.

씨네21: 강우석 감독이 재촉하지는 않던가.

강우석: 재촉하기는 뭘. 게으른지, 일하고 있는 건지 확인만 했지.

장진: 사실 제가 글쓰는 템포가 감독님이랑 안 맞거든요. 이번에는 나도 신기할 정도예요. 원래 초고 쓰고서 수정만 1년 가까이 하는데, 이번에는 두달 만에 끝냈으니까.

씨네21: 시나리오를 보면 확실히 악당이 전편들과는 다르다. 멋도 있고 정감도 있다. 처음 강우석 감독이 내놓은 트리트먼트에도 그렇게 계획되어 있던 건가.

장진: 정감보다는 도식적인 악당은 피하자는 거였죠. 정재영이 일률적으로 비열한 연기는 잘 못해요. 사실 <공공의 적2>가 개인적으로는 좀 실망한 부분이 있었어요. 그걸 극복하려면 따따블이 필요하다고 본 거죠. 어차피 설경구는 돌아왔고, 여기서 내가 해줄 건 악당이다. 난 속이 편했어요. <공공의 적2>에서 아쉬워했던 점들이 도움이 된 거죠.

씨네21: 1편은 어떻게 봤나.

장진: 경구 형의 스타일이랑 언어랑 잘 붙잖아요. 2편은 관객이 모르는 말이 너무 많거든. 그런데 1편은 관객이 모르는 것은 강철중도 몰라. (웃음) 나는 철중을 형사처럼 그리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봤어요. 누가 철중을 형사로 봐. 신분증 없으면 모르잖아요.

씨네21: 일단 초고는 장진 영화 스타일로 나왔겠다.

장진: 감독님이 나에게 맞추지 말고 너의 영화 스타일로 쓰라고 하셨죠. 그렇게 주면 내가 나머지는 다 할게. 사실 그 이야기 안 해도 믿었어요. 예를 들어 <거룩한 계보>에서 감독님이 얘기했던 게 대중적으로 실패한 코드들이 있었거든요. 마초영화로 잘 가다가 갑자기 전투기 떨어지는 장면 같은 거. 그거 초고부터 말씀하셨거든요.

씨네21: 그래도 그런 게 없으면 장진 영화로 보기가 좀….

강우석: 그러면 안 돼 ! 아니, 왜 사람을 흔들어놓고 있어. (좌중 폭소)

씨네21: 장진 감독으로서는 정재영의 캐릭터는 당연히 잘 쓸 수 있었을 거다. 그런데 설경구하고는 한번도 한 적이 없지 않나.

장진: 경구 형이야 원래 언어연기로 시작했던 거니까. 자기가 만들 수 있는 언어의 옥타브가 정말 넓어요. 어떤 양식의 활자가 와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사람이잖아요. 배우에 대한 믿음은 감독님 이상이지.

강우석: 일단 외모에서부터 나오잖아. 연기가 뽑힐 수밖에 없다니까.

씨네21: 정재영 캐릭터를 만드는 건 어땠나. 너무 잘 알아서 어려웠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또 스트레이트한 악역도 아니라서.

장진: 재영이니까 쉬웠죠.

강우석: 자꾸 묻더라고 “재영이 시킬 거 맞죠?” 이러면서.

씨네21: 미묘한 인간 같더라. 겉으로 보기에는 멋도 있는데, 그러면서 악행의 우두머리다.

장진: 선악의 기준으로 사회성을 판단하려면 오락영화에서는 한도 끝도 없어요. 대중이 스크린에서 수많은 악당을 거진 매 작품에서 보는데. 1, 2편의 지겨운 악당 말고 그냥 너무 즐겁게 보는 악당이었으면 했던 거죠.

씨네21: 정재영에 대한 애정도 있었을 테고.

강우석: 장난 아니지.

장진: 그것보다도 재영이가 1, 2편 같은 악당은 자기가 안 하겠다고 했어요. 할 이유가 없다고.

강우석: 재영이가 나한테는 하겠다고 해놓고 진이에게 전화 걸어서 혹시 그런 쪽이냐고 물어봤더라고.

장진: 그래서 내가 그랬지. 너랑 경구 형이랑 부딪혀봐. 너 안 죽어. (웃음)

강우석: 진이한테 가장 고마운 게 재영이 캐릭터야. 1편은 남들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내가 갖는 괴로움이 있었거든. 저런 처죽일 놈으로밖에 그릴 수 없었을까 싶었지. 그래서 이번에는 그렇게 악독하지 않더라도 관객을 끌고 들어오는 인물이었으면 했다고. <강철중>에서 재영이는 멋도 있지만 나쁜 놈이야. 멋이 슬쩍 악행을 가리는 거지. 아마 이걸 보고서 “강우석도 이제 웃기는 건 맛이 갔네” 하는 사람은 없을 거야.

<강철중>

<공공의 적2>

씨네21: 이성재, 정준호에게 미안해해야 하는 거 아닌가.

강우석: 다른 것보다도 그때 재미없게 찍어서 미안한 게 있지. 솔직히 1편이 나는 별로 안 웃겨요. 산수가 앉은 의자를 발로 차고 이런 거 몇개 빼고는 웃긴 게 없다고. 시나리오가 워낙 웃긴 게 아니야. 내가 그냥 살짝살짝 넣었던 건데, 그게 관객한테 어필된 거지.

씨네21: 예전 인터뷰에서 이번 영화에 어쩌면 “조폭새끼 미화한 감독들 다 잡아들여”이런 대사를 넣는다고 했었는데.

강우석: 유머로 등장시켰는데, 내가 잘랐어. 잘못하면 역으로 꺾여가지고 너무 영화인들에게 외치는 느낌이 들 것 같더라고.

장진: 잘랐어요?

강우석: 아예 안 찍었어. 리허설만 하고 잘랐어. 원래는 반장 대사에 “감독이 무슨 죄냐? 돈대는 놈이 나쁜 놈이지”, 이런 것도 다 있었는데, 그냥 없애버렸지. (좌중 폭소)

장진: 에휴, 재밌는 게 수만 가지인데 정말….

씨네21: 여러모로 주제를 내질렀던 <공공의 적2>와 <한반도>의 스타일을 많이 버리려 한 것 같다.

장진: 저도 그런 터닝이 느껴져요. 그동안 감독님이 너무 영화를 가지고 시대구원적으로 만드려는 건 아닌가 싶었거든요. 사실 그동안 감독님 영화가 즐거웠던 건 그런 풍자성이고 진짜 아무 생각없이 쓰러져도 뼈가 있는 거였는데, 너무 직접적으로 들이대셨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뒤집고 가는 거잖아요. 감독님도 어쩌면 <강철중>으로 비로소 돌아오신 것 같은 기분일 거예요.

씨네21: 혹시 이런 협업이 또 다른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강우석: 이제 맛을 들였으니까. 장진이 또 글을 써야지. 나한테 써주겠지. (웃음)

씨네21: 그럼 계속 코미디를 하겠다는 뜻?

장진: 제가 코미디만 잘쓰는 건 아니거든요. (웃음)

“장진의 책에 나를 얹은 건데, 안 웃기면 어떻게 해.” _강우석

씨네21: 지금은 어떤가. <공공의 적2>, <한반도>를 끝냈을 때랑은 느낌이 다른가.

강우석: 그 영화들을 복기하면서 찍기는 했지. 사실 내가 왜 이렇게 재미없는 영화를 자꾸 찍나 이랬다고. 그냥 기승전결만 있는 영화 이런 거 있잖아. <실미도>에서 안타까운 것도 그거였어. 드문드문 작은 웃음은 있는데, 사실 그 온갖 군상을 불러놓고 유머가 없었던 게 아쉬워. 내가 그만큼 쫓겼던 거지. 시간에 쫓기고, 분량에 쫓기고. 그런데 이번에는 빨리 찍어도 분명한 게 있었거든. 장진의 책에 나를 얹은 건데, 안 웃기면 어떻게 해. 사람들이 책은 재밌더만 버려놨네 이럴 거 아냐.

장진: 책만큼만 찍으셨으면 뭐…. (웃음) 저는 일단 통쾌한 게 있어요. 언제인지 모르게 충무로 토착작업자들과 저쪽 강남에서 새로 하는 분들이 서로가 서로를 존경하면서도 서로의 영화세계에 대해 인정하려들지 않는 게 있었거든요. 그 사이에서 저는 어중간했던 거고. 그래서 ‘강우석 감독, 장진 각본’ 이런 게 통쾌한 거예요. 그것밖에 없어요. 나머지는 다 잊어버렸어요. 아마 저도 극장에서 <강철중>을 보게 되면 저게 내가 쓴 대사인가, 감독님이 쓴 건가 헷갈릴 것 같기도 해요. 아마 다른 사람들보다는 훨씬 더 재밌게 보지 않을까 싶고.

씨네21: 두 사람 모두 자신감은 확실해 보인다.

장진: 얼마 전에 편집실에서 감독님을 만났는데, “야, 다 끝났다”고 하시는 거예요. 나는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예, 편집 끝나셨다는 이야기 들었습니다” 그랬더니, “그게 아니라, 게임 끝났다. 너 집이나 하나 알아봐라” 하시더라고요.

강우석: 얘가 돈이 없어. 전세 살잖아.

씨네21: 누가 편집본을 봤는지, 좋다는 소문이 확 돈 적이 있었다.

장진: 아마 그때쯤 사람들을 동원하셨을 거예요. (웃음)

씨네21: 선택을 잘하긴 한 건가.

강우석: 돌아온 시점이나, 돌아오면서 선택한 작품이나 잘했지. 내가 영화적으로 쓰러질 뻔한 게 여러 번 있었는데, 하늘이 나한테 또 영화하라고 미는구나 싶어. <강철중>으로 돈 벌어서 시네마서비스가 살아나고, KnJ가 돈을 얻게 되면 그거 가지고 뭐하겠어? 또 영화해야지. 그때 뭐할 거야? 나가 있는 감독들이 슬슬 와서 “ 감독님 별일없어요?” 이러면서 들어오겠지. 뻔하잖아. (웃음)

씨네21: 안 그래도 시네마서비스의 운명을 지켜보는 이들이 많다. <강철중>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겠다.

강우석: <강철중>으로 돈 벌면 나는 시네마서비스에 줄 거야. 여기는 돈 놔둘 필요없어. 영화 들어가면 제작비 투자받으면 되는 거니까. 진이야 대주주니까 자기 몫을 가지고 나가면 되는 거고.

씨네21: 소문으로는 시네마서비스가 활동 정지상태라고 하던데.

강우석: 그 정도 됐으면 내가 영화 안 하지. 필름있수다를 없애면 몰라도. (웃음)

장진: 죽어도 안 없어집니다. 거기에는 입출금이 없어서….

씨네21: 어쨌든 <강철중>이 9회말 투아웃, 2-3카운트에 나선다. 이번에 연장이냐 패배냐가 갈릴 텐데.

강우석: 맞아. 진짜 그거지. 그래서 이번 결과를 지켜봐줬으면 좋겠어. <강철중>이랑 <신기전> <모던보이> 다 까봐서 됐다 하면 더 벌릴 수도 있는 거라고. 돈 생기면 당연히 한국영화에 투자하는 거고.

장진: 그래도 우리가 초공격인 거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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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제공 KnJ엔터테인먼트, 시네마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