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s All That
1999년, 감독 로버트 이스코브
주연 프레디 프린즈 주니어, 레이철 리 쿡
장르 로맨틱코미디(새롬) 명불허전
전교 4등의 학업성적, 학생회 회장에다 축구부 주장, 게다가 수려한 외모. 잭은 의심의 여지없는 이 학교의 킹이다. 미국 고등학교에선 졸업파티 때 킹과 퀸을 투표로 뽑는데 잭은 경쟁자 없는 유일한 킹. 문제는 잭의 여자친구이며 강력한 퀸 후보인 테일러가 변심했다는 것. 몸은 샤론 스톤이지만 돌머리에다 성격 나쁜 테일러는 지저분한 건달 브록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열패감에 휩싸인 잭은 왜소하고 명민하고 가난한 화가 지망생 레이니를 퀸으로 만들겠다는 내기를 친구들에게 하고 만다.
이쯤에서 내기를 걸어도 되겠다. 이 영화는 아마 이렇게 흘러갈 것이다. 저 잘난 줄만 알던 잭은 레이니의 지성과 품성에 감화돼가고, 레이니는 꾸며놓으니 테일러 못지않은 눈부신 미인이 된다. 둘은 계급과 취향의 차이를 넘어 사랑에 빠진다. 여기에 베팅한 사람을 <쉬즈 올 댓>은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다.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돌머리 미녀 테일러는 건달한테 버림받은 뒤 잭과 레이니 사이에 끼어들어 약간의 동요를 일으키지만 결국 실패하고 만다는 에피소드까지 집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쉬즈 올 댓>은 <어느날 밤에 생긴 일>과 <마이 페어 레이디>의 공식을 고스란히 따라간다.
그런데도 <쉬즈 올 댓>은 한심하기 짝이 없는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두 시간 동안 속편하게 킥킥거리며 보기에 안성맞춤인 타임 킬러다. 일등공신은 무심히 스쳐가는 시시껄렁하고 썰렁한 유머들. 이런 건 전면에 있으면 괴롭지만 배경으로 슬쩍 흘러가면 이상하게 웃긴다. 수영장 청소부인 레이니의 아버지는 퀴즈프로 보는 게 취미인데, 그는 끊임없이 답을 외치지만 한 문제도 맞히지 못한다. “링컨, 제퍼슨과 함께 큰바위얼굴로 조각돼 있는 미국 대통령은?”, “클린턴인가?”. 백치 미녀 테일러가 건달과 침대에 누워 있는 장면. 건달은 자기가 나온 TV프로그램에 도취돼 있는데, 테일러는 건달의 맨몸을 핥기에 여념이 없다. 귀찮다는 듯 건달이 말한다. “그만 하지 그래. 나 오디션 있는데, 니 침냄새가 나면 어떡해.”
그뿐 아니다. <쉬즈 올 댓>은 재기 넘치는 편집에다 봄 화단을 연상케 하는 화사한 화면, 젊은이들의 푸릇푸릇한 얼굴과 싱싱한 말이 어울린 청량음료 같다. 잭을 맡은 프레디 프린즈 주니어는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로 스타덤에 오른 신인. 안나 파킨도 잭의 동생 역으로 출연한다. 제작비 1천만달러에 미국에서 6천만달러를 벌어들인 히트작.
허문영 moon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