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강쇠의 정력지수 ★★★ 에로 마니아들의 반가움 지수 ★★★★ 아낙네들의 육덕스러움 지수 ★★
아낙네의 음기가 천지를 호령하는 어느 마을이 <가루지기>의 무대다. 떡장수 변강쇠(봉태규)는 허약하기 짝이 없는 마을사내들 중에서도 제일 가는 부실남. 속된 말로 “껍땅만 남자일 뿐 속 빈 강정”이다. 과부할멈(윤여정)에게 동정을 뺏기는가 하면, 여러 아낙네들에게 물건을 희롱당하며 하루하루를 굴욕으로 살아가던 그는 어느 날 마을로 흘러들어온 달갱(김신아)에게 마음을 뺏긴다. 하지만 고자나 다름없는 강쇠에게 사랑은 언감생심 꿈꾸기 힘든 그림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강쇠는 우연히 만난 백발도사(송재호)에게 비책을 얻고 그의 도움으로 ‘힘세고 오래가는’ 마을 제일의 사내로 거듭난다. 오줌줄기로 산불을 진압하고, 힘센 절구질로 아낙네들의 몸을 저릿하게 만드는 그를 아낙네들이 가만둘 리 없는 건 당연한 일. 강쇠의 몸부림에 신음으로 화답하던 아낙네들은 저마다 선물을 싸들고 그의 집에 줄을 선다.
21세기판 변강쇠전인 <가루지기>의 기조는 ‘신명’이다. 아낙네들의 흥겨운 군무로 시작한 영화는 종종 판소리와 난타, 합창을 곁들이며 흥을 돋운다. 특히 옹녀들의 집합이나 다름없는 아낙네들의 캐릭터는 영화의 가장 큰 재미다. 기존 에로사극들을 오마주하거나 뒤집는 상상력도 신선하다. 빨래터에서는 남정네들의 한풀이 수다가 벌어지고, 사내가 목욕하는 냇가에서는 아낙네들의 육덕스러운 눈길이 오간다. 변강쇠의 오줌줄기가 폭포를 가르다 못해 지구 밖 태양까지 닿는 묘사는 엄종선 감독의 <변강쇠> 시리즈의 몇몇 장면들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이며 물가에서 놀기 좋아하는 자연친화적 여성캐릭터인 달갱은 정진우 감독의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에서 정윤희가 연기한 순이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영화의 신명은 변강쇠가 가공할 성적 능력을 얻은 뒤, 아낙네들과 합궁하면서부터 힘을 잃는다. 강쇠와 그의 형인 강목(오달수)과의 이야기, 실성한 달갱의 과거사 등이 끼어드는 것도 한창 달궈놓은 흥을 반감한다. 아낙네들의 눈물어린 절창과 강쇠 대 암컷 곰의 섹스가 교차편집되는 대목에서는 웃어야 할지, 감동받아야 할지 난처해질 정도. 한동안 사라졌던 에로사극의 등장이란 점은 흥미롭지만, 너무 착해서 심심하기까지 한 변강쇠는 별로 반갑지 않다.
tip/ <가루지기>는 기존의 에로사극 외에도 몇몇 장면에서 양영순 작가의 <누들누드>를 패러디한다. 다리 위에서 섹시하게 춤추는 달갱의 모습과 싱크로나이즈로 연출된 냇가 목욕신을 주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