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지수 ★★★☆ 불륜지수 ★★★★☆ 몰입지수 ★★★☆
헝클어진 성장기를 그린 영화 <할람포>는 내면의 순수가 환멸의 현실을 겪고 엉클어지는 성장영화의 문법을 순순히 따르는 법이 없다. 관능과 금기를 가로지르지만 소년은 결코 저 검은 욕망의 밑바닥으로 곤두박질치지 않는다. 그렇다고 담백한 순수 청년으로 남아 있지도 않다. 그의 이름이 할람 포다. 로맨스와 치정, 음모와 진심, 여유로운 향유와 고통이 뒤섞인 소년의 성장기는 복잡한 증명문제처럼 도통 다음 해법이 예측되지 않는다.
할람(제이미 벨)의 유일한 취미는 건축가인 아버지가 지어준 높은 나무집에 올라가 사람들의 은밀한 생활을 엿보는 것. 이 17살의 피핑톰은 새엄마가 자신의 죽은 엄마를 살해했다고 믿으며 그 음모를 파헤친다. 새엄마와 싸우다 예기치 않게 그녀와 첫 섹스를 하게 된 할람은 충격과 모멸감에 집을 떠나 무작정 에든버러로 향한다. 나무 타던 실력으로 에든버러의 높은 빌딩들의 능선을 여유롭게 타고 다니던 할람은 우연히 죽은 엄마와 닮은 케이트(소피아 마일스)를 보고 무작정 따라가 그녀의 회사에서 일자리를 얻는다. 높은 시계탑에 거처를 마련한 할람의 취미는 케이트가 사는 모습을 엿보는 것이다.
작고 나약한 어린 새 같은 할람은 자신의 욕망과 시선을 조율하는 법을 모른다. 앙증맞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오프닝 시퀀스에서 꼬마 새가 세상을 날아다니다 돌아와 자신의 껍질 안으로 돌아오는 모습은, 여전히 자기의 세계에 폐칩되어 있는 할람의 모습을 보여준다. 첫 섹스가 모든 소년을 어른으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그는 새엄마와 희열과 모멸로 뒤섞인 첫 경험을 하고, 죽은 엄마를 닮은 케이트와 사랑에 빠진다. 영화의 플롯은 일견 전형적인 오이디푸스 퍼즐놀이처럼 보이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할람의 미래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아니라 자신의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따라 세상을 향해 개방된다. 삶은 그렇게도 중대해 보이는 미스터리를 해결하지 않고도 건강하게 이어질 수 있다. 모두들 어느 정도의 도착과 정상의 혼합 속에서 살아간다. 할람은 그런 우리 중 하나다. 영화 <할람포>는 근친상간과 관음증의 언저리에 놓인 헝클어진 성장영화지만, 어느 순간 로맨틱하고 부드러운 사랑의 순간에 빠지기도 한다. 탈출구를 원하는 청춘이라면 할람의 우울한 성장기에 먹먹해질지 모른다. 스토리가 다소 산만하지만 잘 자란 청년 제이미 벨을 보는 기쁨과 영상에 밀착된 음악, 멋진 도시 에든버러의 풍광이 이를 상쇄한다.
Tip : <영 아담>과 <어사일럼> 등 치명적 욕망놀이에 빠져든 어른들의 섹스 스릴러에 빠졌던 감독 데이빗 맥킨지가 미스터리와 관능을 적절히 희석해서 뒤섞은 성장영화로 돌아왔다. 영국 밴드 프란츠 퍼디난드가 직접 작곡한 노래가 포함된 잘 짜인 영화 음악으로 2007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예술공헌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