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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이춘연, 위원장 후보로 최다 추천
이영진 2008-04-29

영화계 인사 40인 설문, 4기 영진위 위원과 위원장 후보를 알아보다

4기 영화진흥위원회를 이끌 조타수는 누구인가. 신임위원 및 위원장 인선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영화계 안팎의 시선들이 영진위로 쏠리고 있다. 4월23일 영진위 임원추천위원회는 공고를 통해 상임 위원장 및 비상임 위원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영화계 각 단체들로부터 위원 후보자를 추천받은 뒤 조율 과정을 거쳐 위원을 위촉했던 과거와 달리 4기 영진위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다. 3기 영진위 위원 일부와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는 5월 중순까지 심사를 끝낸 뒤 약 3배수의 후보자 명단을 기획재정부 주관의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로 넘길 예정이다. 신임위원에 대한 결정은 바로 이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서 이뤄진다. 위원장 임명 방식 또한 달라졌다. 신임위원 중에서 호선을 통해 뽑는 것이 아니라 따로 후보 추천, 심사 과정이 진행된다.

어떤 면면의 위원들이 조타수로 들어설 것인가에 따라서 영진위의 향방은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비단 정부의 색깔이 바뀌어서가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의 한국영화와 앞으로 10년 동안의 한국영화는 분명 다른 국면이다. 한국영화 진흥이라는 영진위의 기능 또한 새롭게 구성돼야 한다. <씨네21>이 정책, 산업 관련 영화계 인사 40명에게 관련 설문을 부탁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영화인들이 영진위에 어떤 점을 기대하는가는 현재 가장 시급한 영화계 현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과도 상통하지 않는가. 설문에 4기 영진위를 이끌 인사들을 추천해달라는 요청 외에 3기 영진위 사업 및 4기 영진위 계획에 대한 평가와 조언을 첨부했다.

이춘연, 김동호, 이강복 순으로 추천 많아

영진위 위원과 위원장 후보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이는 이춘연 씨네2000 대표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직접 소통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점 때문에 일찌감치 유력한 위원장 후보로 부각되어왔다. “영화계 신구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품을 가졌다”는 단골 품평 또한 위원장 후보로서의 그에 대한 지지를 높이는 요소. 그러나 2000년 이후 영화인회의 이사장을 맡으면서 스크린쿼터 등 영화계 현안에 발벗고 뛰어왔다는 점이 더 크게 작용한 듯 보인다. 유인택 아시아기술문화투자 공동대표는 “대외 협상력이 능하며” “영화계를 위해서는 어디든지 달려가는 세일즈맨”이라고 말했다. 아이엠픽쳐스 최완 대표도 “한국영화 제작활성화 및 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추천 이유를 덧붙였다. 배우 안성기,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공동집행위원장 등이 자주 거론된 것도 구심을 원하는 영화계의 바람으로 읽힌다.

차승재 싸이더스FNH 공동대표,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 등 한국영화제작가협회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영화인들이 대거 상위권에 오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침체한 한국영화에 서둘러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는 현장의 요구가 제작합리화 노력, 부가판권 시장 회생 등에 앞장서왔던 이들에게 거는 기대로 나타났다. 한편 영진위 안에서 뛰었던 이들에 대한 신임도 지속됐다. 4기 영진위가 3기 영진위까지의 성과들을 이어받았으면 하는 바람 또한 드러난 것이다. 김혜준 영진위 사무국장, 이현승 영진위 위원장 직무대행, 김동원, 심재명 영진위 위원 등이 여러 번 언급됐다. 위원장 후보로 김홍준(영진위 전 위원·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박광수(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씨 등이 거명된 것도 무관하지 않다.

전문지식을 갖춘 인사들에 대한 갈망도 엿보인다. 영화사 봄의 조광희 대표가 고른 추천을 얻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를 영진위 위원으로 추천한 이는 무려 13인. 이춘연 씨네2000 대표 다음으로 많다. 정윤철 감독은 “불법 다운로드 근절 관계 법규 마련 등에 있어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적극 활용을 요망한다”는 바람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 다양성 펀드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투자를 지속해온” 박현태 소빅창투 대표도 투자, 배급 관계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얻으며 20위 안에 들었다. 많은 표를 얻지 못했으나 안홍주 전 KT 상무, 이용기 HFR 상무, 법무법인 한결의 문건영 변호사 등에 대한 추천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 한편 영화계 스탭들을 대표하는 이들로 윤성원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이 몇 차례 거론됐다.

조광희, 박현태 등 전문지식 갖춘 인사도 원해

4기 영진위에 거는 기대는 3기 영진위에 대한 평가와 맞닿아 있다. 영화인들은 3기 영진위 사업 중 다양성 영화 지원과 투자 및 제작 활성화 관련 사업을 가장 높이 쳤고, 4기 영진위가 집중해야 할 사업으로도 이를 중요하게 언급했다. “독립영화 또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민병훈 감독), “다양한 투자조합 결성을 통해 한국영화의 질적 퀄리티 확보”(안훈찬 프로듀서) 등 좀더 구체적인 아이디어들이 필요하다는 제언 또한 나왔다. “한국영화 수익력 제고의 가장 큰 걸림돌인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했는데 이에 대해 긴급 대처안을 내놓지 못했다”는 김승범 스튜디오2.0 대표의 지적처럼 영화인들은 4기 위원회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힘을 쏟아야 하는 사업으로 부가판권 시장 활성화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3기의 시나리오 마켓, 기획개발전문투자조합 등 기초창작 환경 마련을 통해 크리에이티브를 북돋워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영진위가 이제 산업을 리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또 한편에서는 “산업 침체 상황에 섣부른 개입은 자칫 시장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4기 위원회는 속도 조절과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있다. 어느 쪽이든 명확한 건 4기 위원회 앞에 놓인 방해물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과연 누가 이 많은 영화계의 숙제를 짊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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