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오는 5월9일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열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한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34번째는 김수용 감독이 기증한 시나리오 58점입니다.
소설과 희곡에 심취해 있던 김수용은 양주남 감독의 <배뱅이굿>(1957)에서 조감독 겸 단역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영화현장에 뛰어든다. 1958년 <공처가>로 데뷔해 유머와 해학이 넘치는 소시민적 희극으로 관객의 사랑을 받았으며, <굴비>(1963)를 전환점으로 <혈맥>(1963), <갯마을>(1965), <산불>(1967) 등 현실을 직시하는 작품세계를 펼치며 60년대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자리잡았다. 40여년간 105편의 다작을 하면서도 고른 작품 수준을 보인 김수용 감독은 손때 묻은 시나리오 58점을 기증했다. 직접 그린 콘티와 현장에서 고친 대사의 흔적들이 낡은 시나리오 곳곳에 남아 있다. 김수용 감독에게 가장 큰 시련은 혹독한 검열이었다. 100번째 영화 <만추>(1981)는 <삐에로와 국화>가 용공 시비에 휘말리자 의도적으로 서정적 터치로 만든 작품이다. 서울로 상경한 버스 걸들의 투신이 비일비재했던 사회 단면을 그렸던 <도시로 간 처녀>(1981)는 운수회사와 버스노조의 거센 항의로 간판을 내렸고, <허튼소리>(1986)의 가혹한 가위질에 ‘검열이 존재하는 한 메가폰을 잡지 않겠다’는 감독의 은퇴 선언으로 사회적 파장을 낳았다. 이후 12년의 침묵을 깨고 1999년 <침향>을 연출했으며, 현재는 예술원 회장을 역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