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를 받아들면 제일 먼저 내가 쓴 이 꼭지를 찾아본다(니들은 안 그래?). 그리고 다혜리의 주간 브리핑을 보고 뒤로 가서 정훈이 만화를 음미한 다음 좋아하는 필자의 글이 실린 주는 유토디토를 읽고 아닌 주는 편집장의 글로 직행한다. 솔직히 나머지 꼭지는 휙휙 넘기며 그림(사진 및 디자인)만 감상하는 편이다. 미안하다. 원래 책읽기를 죽도록 싫어하는데다 최근 노안까지 겹쳐…. 사실 지난주 씨네리는 끝까지 넘겨보지조차 못했다. 13주년 창간기념호인 만큼 작정하고 모든 페이지를 넘겨보리라 맘먹었건만, 어떻게 216쪽을…. 거의 단행본이다. 글자 크기와 판형을 감안하면 족히 두세권은 된다. 고백건대 내 일년치 독서량과 맞먹는 분량이다. 독자 서비스 정신이 지나쳐 미쳤거나 경영진을 향한 자해공갈이 아니고서야 설명되기 어려운 대목이다.
‘디자인이 깔끔한 게 딱 내가 좋아하는 배식용 식판 스탈이야’ 흐뭇해하며(개편 때 살아남아 요즘 약간 흥분 모드임) 책을 받아들었으나, 조 위 캐리커처를 보고 으악 했다. 하지만 잠시 뒤 남동철 편집장의 캐리커처를 보고 큰 위로를 받았다. “백설공주는 어디 갔니?” 묻고 싶었다. 놀라운 것은 여러 후보작 가운데 편집장 본인이 직접 고른 캐리커처라는 거. 글로 안 되니 몸개그로 나선 게 아닌가 하는 분분한 의혹을 남기고 있다.
씨네리를 읽는 건 우리 사회에서 일종의 ‘패션’이다. 데이트할 때 씨네리 한권쯤은 옆구리에 끼고 나가줘야 하는 거다. 취재차 만나는 이들 중 씨네리 독자라는 걸 뿌듯한 표정으로 밝히는 이들도 많다. 올드하고 구리고 칙칙한 세계에 속한 인사들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만큼 씨네리가 어떤 방향으로는 영향력이 크고, 어떤 세계에서는 권력화됐단 뜻이다. 편집장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토로한 바 있듯이, 지면에서 쨍 소리나는, 거칠고 씩씩대지만 호불호가 분명한, 그래서 읽는 이에게 쾌감을 안겨주던 ‘고유의 스타일’이 좀 죽은 게 사실이다. 뭐, 철든 것일 수도 있다. 한데 ‘씹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몇몇 성격 나쁜 필자 및 기자들의 글은 여전하지만, 있어 보이고 간지나는 글, 두루두루 업계 분들께 욕먹지 않을 만큼만 계량한 듯한 글도 자주 눈에 띈다. 창간기념호에 씨네리의 ‘변태 노력’은 얼마나 담겼을까? 야행 데이트족들 엉덩이 배기거나 시리지 말라고 두껍게 두껍게 만들어낸 ‘정성’에다 넘치는 광고를 거두고 나면, 진짜 변태 여부는 창간기념호 다음호인 이번호에서 알 수 있겠지?
나는 눈이 꽤 나쁜 편이다. 눈이 나쁘면 돋보기를 쓰게 되니, 양해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