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대답해주는 질문상자> 다니카와 슌타로 / 이레 펴냄
이런 상자가 정말 있다면 좋겠다. <무엇이든 대답해주는 질문상자>는 일본의 유명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가 인터넷 신문 <호보일간 이토이 신문>에 연재한 코너를 묶은 책으로 아이, 주부, 학생, 소설가, 연예인,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보낸 질문에 대한 다니카와의 대답으로 구성됐다. “모든 나의 질문에 스스로 대답”하고 싶은 시인의 소망으로 시작하는 책 속 다채로운 질문들은 걸작 대답들과 짝을 이뤘다. 사람은 왜 죽냐는 어린 딸의 질문에 막막했던 엄마에게는 의미심장한 질문에는 말과 몸으로 함께 답해주라며 안아주기를 권하고, 부담없는 대화가 어렵다는 고민에 그 또한 개성이라고 위로한다. 남편 아닌 다른 남자로 걱정인 아내에게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소중한 일이라는 충고를 건넨다. 질문자와 독자를 모두 고려한 현답은 지혜롭고, 사인회 때 다른 사람 생각을 하다가 그 사람의 이름을 적어버린 일화로 웃음짓는다는 등 실수 고백은 살갑다. 담백한 문장 속에 담긴 진심은 시원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한 차원 깊은 생각으로 독자를 안내하고, 선이 부드러운 에다 나나에의 삽화도 선문답을 통한 다독거림을 돕는다. 황당하고 순진한 질문, 비밀스러운 고민이 있다면 (일본어를 알아야겠지만) www.1101.com의 다니카와씨에게 질문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