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노사가 역사적인 임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한 지 딱 1년 만에 다시 머리를 맞댄다. 영화산업의 임금협상 시즌이 시작된 것이다. 영화제작가협회(제협)와 한국영화산업노조(영화노조)는 4월18일 영화진흥위원회 회의실에서 2008년 임금교섭 첫 라운드를 열고 이번 협상의 쟁점을 확인했다.
올해 임금협상의 첫째 쟁점은 직급별 임금 가이드라인, 즉 최저임금액이다. 영화노조의 김현호 정책실장은 “지난해 협상 과정에서는 일주일 75시간 노동을 전제로 최저임금액을 산정했는데 실제로 적용해보니 예측했던 것보다 노동시간이 적었다.” 특히 <1724 기방난동사건>의 경우 일주일 노동시간은 50시간이었다. 결국 “촬영, 조명팀은 기존 임금보다 20∼30% 감소”(김현호 실장)하는 등 기존 작품당 계약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에 노조는 시간당 최저임금을 현재의 3770원에서 약 20% 인상된 4520원으로 올리는 등 전체적으로 15∼20%의 인상을 요구할 계획이다. 두 번째 쟁점은 제작비 10억원 미만 저예산영화에 관한 것이다. 저예산영화에서는 협약 내용이 반영되지 않고 있는데, 노조는 수익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배분하자는 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이에 덧붙여 노조는 기존 임금협약 대상이 아닌 미술이나 동시녹음 분야 스탭도 합리적인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노사 공동의 제도개선위원회 구성도 요구할 계획이다.
이제 시작이긴 하지만 영화 노사의 협상 분위기는 지난해와 사뭇 다를 것으로 보인다.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협상은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노사 모두의 전망이다. 역시나 단군 이래 최악이라는 영화계의 상황 때문이다.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촬영에 들어가는 영화가 줄어들고 있으니 노사협약이 큰 효용을 발휘하기 힘들다. 오히려 새로운 ‘88만원 세대’라 할 만한 영화인들의 실업대책이 임금인상 못지않게 중요한 상황이니 말이다.
너도나도 영화에 투자하겠다고 나섰던 2∼3년 전에 노사협약이 체결됐다면 어땠을지 가정해보자. 스탭들이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노사협약이 적용된 현장의 경우 촬영시간이 합리화됐다”는 제협 이승태 산업협력팀장의 말처럼 덜 낭비하고 더 효율적인 시스템이 움트지 않았을까. 투자수익률도 상대적으로 높아져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았을까. 다양한 실험도 가능해져 장르가 풍부해지고 영화의 질이 두터워지지 않았을까. 관객도 한국영화의 다채로운 색깔에 찬사를 보내지 않았을까. 결국 이런 만시지탄(晩時之歎)을 뱉을 일도 없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