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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 독자에게] 창간 13주년

1년에 한 차례 꼭 피하고 싶은 일주일이 있다. 바로 창간 기념호를 만드는 주간이다. 분량만 따져도 2주치 책을 한꺼번에 만드는 셈인데 지면 개편까지 하다보니 눈이 침침하고 손발이 떨린다. 심은하 편집팀장이 오픈칼럼에 “죽을 뻔했다”고 표현한 대로다. 올해는 특히 부분적인 손질 대신 기초부터 다시 점검하고 손을 보는 작업을 했다. 13년간 튼튼히 받춰준 대들보지만 그냥 놔두면 수년 안에 문제가 생기겠다 싶은 나무는 교체했고 벽지만 새로 바르는 대신 벽지를 뜯고 벽돌을 다시 쌓았다. 그러다보니 여태 버텨준 게 용하다는 생각이 드는 자재도 있었고 그래도 처음 설계를 제대로 했네 싶어 고마운 것도 많다. 전통과 혁신, 둘 사이에 균형을 잡겠다고 생각해 나온 결과가 이번 창간 13주년 개편호다.

창간 13주년 특집으로 마련한 1995~2008 영화 베스트10은 그야말로 총력을 다한 기사다. 담당자였던 정한석 기자를 중심으로 취재팀 전원이 설문에 매달렸고 편집팀, 교열팀, 디자인팀 모두 전에 맛보지 못한 고생을 했다. 사진기자 서지형씨가 준비한 ‘명장면, 그곳에 가고 싶다’도 흐뭇한 기획이다. 잘 들여다보면 좋은 사진을 건지기 위해 오래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이번 개편에서 새로 생긴 코너를 소개하면 먼저 ‘스타일’ 지면이다. <GQ> 패션 디렉터 강지영, 건축가 황두진, 미술평론가 반이정, <매거진t> 기자 차우진 등 네 사람이 한주씩 돌아가며 각자의 전문 분야인 패션, 건축, 미술, 음악에 관한 글을 쓸 예정이다. ‘영화와 미술’을 연재했던 영화평론가 한창호의 ‘걸작 오디세이’는 우리가 잘 몰랐던 고전걸작의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김혜리가 만난 사람’은 이번주 음악가 장한나를 시작으로 두 번째 시즌을 시작하고 SF작가이자 영화평론가인 듀나는 ‘듀나의 배우스케치’를 통해 매주 한명의 배우를 소개한다. <씨네21>에 이미경, 김미영, 구혜진 등 3명의 기자로 구성된 방송미디어팀이 생기면서 TV지면도 달라졌음을 눈치챘을 것이다. 이미경 기자의 ‘댓글로 보는 TV’는 인터넷과 TV프로그램 사이에 정말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많다는 것을 알려준다. ‘김도훈의 가상 인터뷰’와 ‘주성철의 울트라마니아’, ‘문석의 취재파일’ 등 신설 코너가 곳곳에 있으니 잘 찾아보시길 바란다. 이번호 독자 블로그 코너에는 <경계> 연출부로 참여했던 김성훈씨의 제작일지가 실려 있는데 다음 회가 무척 기다려지는 글이다. 독자가 참여하는 지면을 늘리는 것도 이번 개편에 중요한 요소였다. ‘전영객잔’이 없어 걱정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없앤 것이 아니라 필자 사정상 한주 쉬게 된 것이니 너무 염려마시길.

전체 지면 개편을 하느라 권연희 디자인팀장을 비롯해 디자인팀 안색이 안 좋다. 편집장 말고 누군가가 디자인 좋아졌다고 한마디 해주면 다시 혈색이 돌아오지 않을까. 참, 창간 기념 영화제 얘기를 빼먹을 수 없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5월2일부터 4일까지 진행될 이번 영화제는 여러분과 함께 보고 싶은 6편의 단편영화를 모은 <씨네21> 단편영화 컬렉션을 개막작으로 튼다. 자세한 내용은 기사를 통해 확인하겠지만 깜짝 상영작을 놓치지 마시라 권하고 싶다. 연말쯤 2008년 베스트10 설문조사를 하면 반드시 뽑힐 영화일 거라 생각한다.

생일을 맞는 자리인 만큼 건강한 13살을 맞도록 <씨네21>을 지지하고 응원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고맙습니다. 다 여러분 덕이에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