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의 비리 의혹을 수사한 조준웅 특별검사팀의 발표를 보고 영화 <추격자>를 보고 나오면서 느꼈던, 일순간 몸에 힘이 쫙 빠지는 허탈감을 느꼈다. 조 특검이 이례적으로 배석자 없이 주요 피의자를 독대하기도 했다는데, “네가 죄인이어야 하는 이유를 말해봐”라고 묻고는 아무 대답이 없자 혐의가 없다고 결론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삼성 비자금 조성과 불법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특검팀은 구조조정본부가 차명계좌를 관리해왔지만, 그 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디에 쓰였는지는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정관계 로비 여부는 “흔적이 전혀 없다”, “당사자들이 모두 부인한다”는 이유로 덮었다. 그나마 유죄로 인정한 조세 포탈과 배임 등은 “(그에 따른 이익이) 천문학적인 거액으로, 법정형이 무거운 중죄에 해당”한다면서도 예의 ‘국익론’을 펴며 이 회장 등을 구속기소하지 않았다. 비슷하게 세금 떼먹은 다른 재벌 총수들에 견줘서도 특급 대우다.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에 이어 각종 증거와 제보가 쏟아져 나왔지만 못 밝힌 건지 안 밝힌 건지 제대로 수사를 못했다면 성급히 무혐의 결론을 낼 게 아니라 검찰에 넘기는 게 상식이다. 진정 “기업 경영 공백과 차질”이 우려되고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장”이 염려된다면 이 회장 일가에 더 큰 책임을 묻는 게 도리이다. 아무리 ‘특별한 검사’라고 해도 법치의 영역을 넘어서 판단하라는 특권까지 준 건 아니다. 게다가 이쯤돼면 특별검사가 아니라 특별변호사 수준이다.
특검을 특검하려면 특특검을 해야 하나? 이 와중에 일찍이 특목고 위의 특특목고, 특특특목고를 꿈꾸던 이들이 사고를 쳤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우열반-0교시-심야보충을 제한하던 조치들을 하루아침에 없앴다. 학교가 입시 전쟁터로, 24시간 학원으로 바뀔지 모를 정책에 합의는커녕 토론조차 없었다. 더 놀라운 것은 장관이 “온 국민이 환영하고 좋아할 줄 알았다”고 한 것이다. 전교조는 “얘들아~ 차라리 군대 가자”고 했다. 군대는 공식적으로는 아침 9시에 업무를 시작해 밤 10시에 취침하고 먹고 자는 게 공짜이며 이등병으로 시작해 병장도 할 수 있지만, 학교는 7시에 공부를 시작해 취침은 언제 할지 모르고 부모 등골은 휘며 입학할 때 열반이면 대부분 졸업할 때도 열반이다. 일과와 부담, 만족도에서, 특히 아침밥(!)을 먹는다는 점에서 차라리 군대가 낫다는 데에 동의한다. 교육과학기술부를 특검할 길이 없다면, 맴매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