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가들의 오랜 원칙은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였다. 이를 벤치마팅해 주류세력에 날카로운 *큐를 날린 이들로 주저없이 경남 사천 지역에서 ‘암약했다고 전해지는’ 박사모를 꼽고 싶다. 이들의 슬로건은 “국가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찍어내자”였다. 적의 적은 곧 내 편이라는 골목길 패싸움의 원리를 접목해 ‘정치의 외연’을 한껏 넓힌 공도 빼놓을 수 없겠다. 이분들은 근혜님을 괴롭힌 이방호가 당선되면 국가에 크나큰 해악을 끼치지만 농민후보 하나 당선된들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창발적인’ 이유로 강기갑 민주노동당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했다. 실제 득표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두루마기 강은 이들의 ‘빗나간 사랑’을 듬뿍 받으며 흥행돌풍을 일으켰고, 끝내 지역구 당선이라는 쾌거를 이루어 진보정당의 아쉬운 성적표에 곱빼기 A를 얹으셨다.
‘박사모스러운’ 시선으로 전국 당선 지도를 보자. 운동권 386들이 야반도주하듯 떠나버린 게 눈에 띈다. 나 같은 머리 나쁜 후배를 붙잡고도 노동계급의 힘과 수령님의 교시를 경쟁적으로 주입시켰던 그분들은 ‘역사의 적자’임을 자임했으나 결국 ‘역사의 서자’로 기록되게 됐다. 군부·부패세력의 패악질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적어도 지난 10년 동안 무대에 설 기회가 주어졌건만 끝내 ‘스타덤’을 얹지 못한 비운의 세대다. 또 한명의 비운의 주인공은 엠비님이다. 당 안팎의 ‘친박 인사’들이 영남에서만 30석을 건졌다. 한나라당이 153석으로 과반을 넘었지만 앞으로는 근혜님의 재가를 받지 않으면 뭐든 밀어붙이기 어렵게 됐다. 험한 일 마다않던 측근 3인방(이재오·이방호·정종복)은 줄줄이 낙선하고, 오른팔로 불리던 이(박형준)마저 잘렸다. 야심차게 추진한 경부대운하 사업도 차질을 받게 됐다(제정신이라면). 우선 근혜님이 여기에 부정적인데다, 한반도를 쭉 짼 운하 라인에서 경기 지역 일부를 제외한 충청·영남권의 내로라하는 ‘운하 찬성론자’들이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일찍이 부동산으로 재미를 보신 그분에게는 역시 믿는 구석이 있다. 서울과 인천 등 아파트값 오른(혹은 오를) 동네의 중산층 진입을 꿈꾸는 서민 절대다수가 예상대로 든든한 우군이 돼줬다. 어서 빨리 세금을 낮춰 달콤 살벌한 선물을 안겨줄 일이다. 내집마련의 꿈을 실현하고 나아가 내집값 오르기에 영혼이 저당잡힌 적지 않은 386들이 앞으로도 그의 편이 돼줄 듯하다. 헤겔 선생이 이를 아시면 정·반·합 변증법의 21세기적 구현이라 여기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