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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박스의 다음 행보는?
강병진 2008-04-14

쇼박스, 구체적인 배경 밝히지 않은 채 자회사인 모션101 폐업 결정

쇼박스가 자회사인 영화제작사 모션101의 폐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션101은 지난 2006년 8월, 쇼박스가 자체 제작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주식회사 인네트와 8:2의 비율로 25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회사다. 최근 싸이더스, 프라임엔터테인먼트, 아이엠픽쳐스 등을 비롯한 충무로 투자·제작사들이 인원을 감축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서기는 했지만 업계 1, 2위를 다투는 회사에서 자회사를 폐업하기로 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모션101 내부에서도 모회사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관계자에 따르면, 모션101은 오는 4월30일까지만 운영된다. 쇼박스의 파견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들도 새로운 둥지를 찾아 떠날 예정이다.

모션101이 폐업에 이르게 된 배경에 대해 쇼박스쪽은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모션101의 마상준 부장 은 “모션101이 정리되는 건 맞지만 그 배경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쇼박스가 자회사인 메가박스를 호주계 은행 자본인 매쿼리에 매각하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프로젝트를 CJ엔터테인먼트에 양도하면서 일었던 오리온의 영화계 철수론이 또 한차례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쇼박스의 행보를 재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이를 뒷받침한다.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지주회사전환 등 체제의 변화에 있는 상황에서 쇼박스의 모회사인 오리온 역시 새로운 사업계획을 구상하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 영화인은 “우리나라 영화시장의 크기가 1조원도 안 되는데, 대기업이 영화사업을 심각하게 고민할 것 같나. 그렇다고 믿는 건 영화계의 나르시시즘일 지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사업을 포기하지 않더라도 쇼박스에게는 지금이 모션101의 사업성을 검토할 시점이었고, 이번 폐업 결정은 이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한 투자 관계자는 “모션101이 설립 이후 지금까지 큰 성과를 못 내고 있었기 때문에 초기 투자금에도 상당 부분 손실이 있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동안 모션101은 박광현 감독의 신작 <권법>을 창립작품으로 준비했지만, 투자를 집행하는 쇼박스와 투자를 제안하는 모션101 사이에 이견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영화제작자는 “대기업의 틀 안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은 영화가 망해도 자신이 망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는 이상 좋은 결과를 내기는 어렵지 않겠나”라며 “오히려 지금이라도 자체 제작 사업을 정리한 게 현명한 판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