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아내가 싫어할지언정 딸아이와 좀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은퇴 뒤 이사까지 하는 자상한 남자. 하지만 전직 특수요원 브라이언(리암 니슨)은 실은 <추격자>의 엄중호만큼 인정사정없는 사냥꾼이다. 방학 중 파리로 여행을 떠난 딸 킴(매기 그레이스)이 괴한들에게 납치당하자 그녀를 데려간 남자에게 “찾아내 죽여버리겠다”고 호언장담하는가 하면, 자신의 계획을 저지하려는 자를 뜻대로 움직이기 위해 그의 아내를 가차없이 쏴버린다. 사랑스러운 딸의 행방을 추적하는 마음은 뜨겁지만 철저히 옛 직업에 기준한 브리이언의 동선은 냉정하고 효율적이다.
<테이큰>은 적당한 유머를 갖춘 날씬한 액션스릴러다. 리암 니슨의 동작은 간명하나 빠르고 강렬하며, 무표정으로 읊어대는 대사는 대개 적정한 타이밍에 웃음을 유발한다. 무고한 아이들이 시체로 발견되는 이 잔혹한 시대에, 이해도, 동정도 폐기처분한 그 마음에 호응하기야 어렵지 않지만 때론 킴이 그저 철딱서니없는 부잣집 응석받이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상대에게 일말의 고뇌없이 사형을 집행하는 브라이언은 지나치게 폭압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순 없다. 인신매매범으로 묘사되는 프랑스 내 알바니아 이주자나 아랍인들을 향한 극중 시선에 우려를 표하는 이도 분명 있을 듯싶다. 데뷔작 <13구역>에서 거침없는 아날로그 액션을 선사한 피에르 모렐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 배경이 되는 파리의 풍광을 리듬있게 전시한 감각은 <트랜스포터> <더 독> <워> 등의 촬영감독이었던 그의 전력에 기반하지 않았을까. 뤽 베송이 <13구역>에 이어 제작은 물론 각본에도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