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시간 카페 안에서 의자에 기대 책장을 넘기고 있는 이 동네 손님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이라고 불리는 이 지역의 특성을 고려할 때 그들 대부분은 작가가 아니면 배우일 가능성이 크다. 배우들이 새로운 프로젝트에 가장 민감하고 빠르게 반응하는 집단이라는 점을 고려해볼 때 그들이 읽고 있는 책을 보면 어떤 영화나 텔레비전 프로젝트들이 현재 진행 중인지를 대략 가늠할 수 있다.
이를테면 옆 테이블에 놓인 스티븐 킹의 <다크 타워>(Dark Tower)는 오랫동안 소문만 무성하다가 지난해 마블사에서 코믹북으로 출판된 이후 영화화가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는 작품이다. 그러고보니 흥미롭게도 카페 안의 몇몇 사람들이 같은 표지의 책을 탁자 위에 두고 읽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유난히도 두꺼워 보이는 그 책은 러시아계 미국 여류작가인 아인 랜드의 1957년작 <아틀라스: 지구를 떠받치기를 거부한 신(神)>(Atlas Shrugged)이다. 구석에 앉아 <아틀라스: 지구를 떠받치기를 거부한 신(神)>을 읽고 있는 배우 지망생은 들고 다니기도 만만치 않은 1200페이지 속에 앞으로 자신에게 주어질지도 모르는 숨겨져 있는 역을 찾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이 작품의 영화화에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주인공으로 심심치 않게 오르내리면서 곳곳에서 자주 눈에 보이고 있다.
기술자, 기업인, 지식인, 예술가 등의 ‘창조적인 소수 엘리트’들이 어느 날 파업을 한다면 사회는 어떻게 돌아갈 것인가? 이런 질문으로 시작하는 아인 랜드의 <아틀라스: 지구를 떠받치기를 거부한 신(神)>은 4월15일로 발표된 미국배우조합(SAG)과 미국제작자연맹(AMPTP)간의 재계약 협상안을 앞둔 시점에서 꽤 흥미로운 소재임이 분명하다. 100일에 걸쳐 진행되었던 작가파업에서 작가들의 성실한 지원자였던 SAG는 감독협회(DGA)나 작가협회(WGA)가 얻어낸 협상안보다 더 유리한 협상안을 끌어내고자 하는 모습이다. 작가파업이 끝나고 텔레비전 시리즈 제작이 재개되었지만, 파업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는 할리우드에 SAG의 이번 행보는 대체 어떤 결론으로 도달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