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가 전파하는 문명 충돌 시대의 예고일까. 극우 성향의 네덜란드 자유당 의원 헤르트 빌더스가 지난 3월27일 정당 웹사이트에 올린 단편 <피트나>(Fitna: 아랍어로 ‘투쟁’이라는 뜻)가 모슬렘 세계의 격렬한 비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7분 분량의 이 단편영화는 9·11을 비롯한 자살폭탄 테러 화면을 코란 경전의 폭력적인 인용구와 함께 보여주면서, 증가하는 모슬렘 이민자들이 유럽의 민주주의적 가치를 위협한다고 경고한다. 또한 <피트나>에는 모슬렘 정권에 의해 사형당한 동성애자들과 돌에 맞아죽은 여성들의 사진 역시 적나라하게 보여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 모슬렘 단체의 대변인은 곧장 기자회견을 열어 “이건 영화가 아니라 프로파간다다. 모든 내용들은 이미 전에도 보여진 것이며 새로운 것도 없다”고 말하며 모슬렘 세계의 자제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미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간 <피트나>는 전세계 모슬렘들의 즉각적인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57개 모슬렘 국가로 구성된 이슬람회의기구(OIC)는 “영화가 전세계 모슬렘들을 모욕하고 있다”며 비난을 퍼부었고,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전 총리 역시 “네덜란드 제품의 불매운동에 나서자”고 촉구했다. 지난 3월31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는 “네덜란드를 지옥으로!” 같은 자극적인 피켓을 든 수천명의 군중이 시위를 벌였고, 각 모슬렘 국가의 네덜란드 대사관저 앞에서도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헤르트 빌더스 의원은 현재 중무장한 경호대의 보호 아래 운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4년 네덜란드에서는 화가 반 고흐의 후손이자 영화감독인 테오 반 고호가 모슬렘 사회의 여성학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가 급진적인 이슬람주의 청년에게 살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