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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타이틀] “중국인들이여, 되돌아보라!”
ibuti 2008-04-04

<세계>

<스틸 라이프>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인 중국이 두 세기에 걸쳐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시스템의 거대한 시험장이 된 것은 우발적인 과거가 아닌 필연적인 역사처럼 보인다. 문화혁명을 통과한 이전 체제가 상존하는 가운데 벌어진 자본주의의 실험은 제2의 문화혁명이다. 서구식 현대화와 발전에 뒤처진 걸 보상받으려는 듯 중국사회는 급속히 변해왔으며, 중국인의 빠른 행보는 한동안 멈출 것 같지 않다. 지아장커의 영화는 그러한 중국에 대항하는 자가 그려놓은 중국인의 자화상이다. 초현대식 건물을 찍으며 급성장하는 조국에 아부할 마음이 없는 그는 그렇다고 전통문화와 새로운 가치관이 맞서면서 벌어지는 드라마를 만들 생각도 없다. 그는 현대화의 뒷전으로 밀려난 사람들- 가난한 노동자, 돈벌이가 없는 낙오자, 그리고 의식의 변화없이 사회 분위기에 휩쓸리다 길을 잃은 젊은이에게 다가선다. 그러나 그들은 처연한 심정으로 바라봐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지아장커는 그들에게서 분노의 표출과 미래의 폭발을 본다고 했다). 그들은 오히려 스크린 밖 사람들을 향해 당신들이 놓친 게 없는지, 뭐가 그리 바쁜지 묻는다. 지아장커는 그들의 얼굴에서 중국인이 잃어버린 것을 찾아내는 한편, 인간의 존엄성이 파괴된 현실을 보여주고, 중국이 풀어야 할 갈등과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혹은 끝이 있을까 싶은) 실험을 카메라로 기록하는 지아장커의 영화는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구분이 무색한 ‘저개발의 기억’이자 ‘현대화의 기억’이다. 그 기억은, 개발에 목말라 앞만 보고 걸었던 다른 나라의 영화들이 가져보지 못한 것이다. 지아장커의 근작 <세계>와 <스틸 라이프>가 DVD로 나왔다. 중국의 극장에서 처음 상영된 지아장커의 영화인 <세계>가 중국 관객과 해외 평단으로부터 상반된 반응을 이끌어내며 문제작으로 위치했다면, <스틸 라이프>는 예술이 세상을 변화시키지는 못하더라도 민중과 함께할 때 그 가치를 발한다는 믿음이 21세기에도 유효함을 증명한 작품이다. 바야흐로 디지털 문화에 빠져들기 시작한 중국인을 디지털카메라로 껴안은 두 영화를 디지털 매체로 본다는 사실이 뜻깊다. 게다가 지아장커의 영화는 결코 비대중적이지 않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은, 양귀비와 반금련, 마릴린 먼로와 마돈나, 그리고 세계평화, 여성해방, 기미 제거를 나란히 외치는 베이징의 여성들과 산샤의 결의 뒤 샹시의 탄광촌으로 떠나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어렵지 않게 무언가를 발견할 것이다. 부록 또한 훌륭하다. <세계>의 DVD에는 영화평론가 조너선 로젠봄의 영화평(2분), 개봉 당시 한국을 찾은 지아장커의 기자회견(16분)과 관객과의 대화(21)를 수록했다. <세계>를 그해의 영화로 꼽았던 로젠봄은 자본주의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영화라고 평가하며, 지아장커는 “현실의 진실한 모습이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한다. <스틸 라이프>의 DVD는 두개의 최상급 부록을 제공한다. <>(68분)은 부록이라기보다 별도의 작품으로서, 지아장커가 화가 리우샤우동의 요청에 따라 만든 다큐멘터리다. 지아장커는 산샤 지역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화폭에 담으려는 화가를 따라나섰고, 다큐멘터리의 여정은 한 노동자의 죽음으로 인해 작업을 계속하지 못하던 화가가 새롭게 찾은 타이의 방콕으로 이어진다. 다큐멘터리 <>과 극영화 <스틸 라이프>에서 노동자로서의 자연인과 배우를 넘나드는 한산밍처럼, 두 영화의 묘한 경계를 밟아보는 것은 영화보기의 색다른 경험이다. 영화평론가 정성일이 영화의 해설을 맡았는데, 영화평론가의 본격 음성해설이 부재한 한국이어서 남다른 중요성이 느껴지는 기획이라 하겠다. 그의 목소리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무릎을 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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