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을 타고 흘러내리는 삶의 진실...
등을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 속에서발견하는 삶의 진실, <동>
중국의 저명한 현대화가 ‘리우 샤오동’의 작업과정을 담은 지아 장커의 다큐멘터리.
중국 산샤의 거대한 댐건설 현장 11명의 인부들과 도시 방콕의 한 기슭 11명의
젊은 여자 모델들을 화폭에 담아가는 과정을 조용한 시선으로 따라간다.
끊임없이 망치를 휘두르는 산샤 댐 건설 현장, 벽이 허물어지고 한 인부가 죽어나간다.
죽은 인부는 리우 샤오동의 화폭을 채우던 13명 중 한 명. 그는 가족들을 찾아 나선다.
오열하는 가족들을 마주하고 눈물을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는 가족들과 화가 리우 샤오동.
담배를 나눠 피우고 선물을 주고 받는 사이 어느새, 죽음의 기운 속에서도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리우 샤오동은 또다시 붓을 드는데...
-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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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Moviemore
<스틸 라이프>의 모태 <동>
중국의 펑지에 댐건설이 한창인 산샤(三峽)는 하루가 다르게 물이 차오르며 소멸해가는 도시다. 이 곳으로 한 감독이 찾아와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라는 두 가지 형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엄밀히 말하면 다큐멘터리의 촬영 도중 극영화가 하나 탄생했다. 그것이 바로 지아 장커의 <스틸 라이프>와 <동>이다.
중국의 현대 화가 리우 샤오동의 행적을 쫓는 다큐멘터리 <동>은 유화 연작시리즈를 완성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11명의 인부들과 11명의 여인들이라는 테마로 시작한 여행은 산샤와 방콕, 이 두 지역을 거점으로 펼쳐진다. 흙먼지 날리는 산샤와 도시 방콕, 얼핏 융화되지 않는 이 두 도시의 이미지 속에는 살아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2000년의 역사가 수장되고 사람들의 뿌리가 흔들리는 눈물조차 메마른 현실 속에서도 누군가는 붓을 들고 또 누군가는 살길을 찾아 떠나간다.
놀랍게도 <동>과 <스틸 라이프>는 어느 순간 동일한 장면이 등장한다.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마법과 같은 순간, 우리는 깨닫는다. 영화는 현실에서 잉태되는 동시에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스틸 라이프>를 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영화의 모태인 <동>에 대한 궁금증을 토로할 것이다.
이렇게 <스틸 라이프>와 <동>은 마치 두 폭의 연작그림처럼 같이 봐야 비로소
완성이 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63회 베니스의 주인공 ‘지아 장커’
<스틸 라이프>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최고의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새로운 거장의 반열에 오른 지아 장커. 뒤늦게 경쟁부문에 초청된 <스틸 라이프>의 수상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놀란 사람은 바로 감독이었다. 다큐멘터리 <동>의 호라이즌 부문 수상을 기대하고 있던 감독은 <동>을 먼저 출품하기로 결심하고 다큐멘터리 <동>이 먼저 베니스로 향했다. 뒤늦게 베니스영화제의 마르코 뮐러 집행위원장이 지아 장커의 <스틸 라이프>를 발견하고 <동>과 함께 나란히 <스틸 라이프>도 경쟁부문으로 초청된 것.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나란히 베니스 행 비행기에 오른 두 작품은 리도 섬의 전 세계 영화인들의 관심 밖에 이었던 것이 사실. 황금사자상으로 점쳐지던 후보작에서 제외되어있던 지아 장커의 <스틸 라이프>의 수상소식이 전해지면 순간 전 세계가 37살의 중국감독 지아 장커에게 집중했다. 그에게 거장의 영광을 안겨준 <스틸 라이프>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다큐멘터리 <동>이 있었기 때문. 비록 다큐멘터리 호라이즌 부문에서 수상하지 않았지만 베니스에서 가장 행복한 감독은 바로 ‘지아 장커’였다.
Production Note
지아 장커 <동>의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동>은 지아 장커가 리우 샤오동의 제안에 따라 시작하게 된 ‘다큐멘터리’이다.
다큐멘터리 <동>의 찰영과 함께 산샤를 처음 방문한 지아 장커는 댐 건설로
인해 무너져가는 산샤의 풍경과 사람들의 일상을 바라보며 결국 극영화
<스틸 라이프>를 탄생시켰다.
마치 <스틸 라이프> 속 아내를 찾아 산샤로 찾아든 산밍과 같이 감독
지아 장커는 조용히 찾아와 가슴 속에 무언가를 담아갔을 것이다.
그 땅에 대한 감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희망의 시선이 리우 샤오동의 붓 끝에서
살아난다. 흙먼지 휘날리는 산샤 한 기슭에서 잠시 달콤한 휴식을 취하는
노동자들의 등을 타고 흘러내리는 땀, 그리고 방콕의 공터 꽃다운 여인들의
자태 속에서 우리는 숨을 죽이고 바라보게 된다. 서서히 물들어가는
리우 샤오동의 화폭 안의 사람들을...
<동>의 촬영 도중 리우 샤오동의 연작 시리즈의 모델 중 한 명인 인부가
건설현장에서 돌 더미에 깔려 숨진다. 지아 장커와 리우 샤오동은 붓을 놓았고
촬영은 그렇게 잠시 중단되었다. 이 사이 지아 장커 감독은 <스틸 라이프>를
구상하고 시나리오를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동>의 촬영이 끝나고
두 번째로 산샤를 찾은 지아 장커는 <스틸 라이프>를 촬영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