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3월 26일 오후2시 장소 스폰지하우스 개봉 4월3일
이 영화
미국의 민영의료보험 정책의 허점을 짚는 <식코>는 마이클 무어의 이전 작품처럼 신랄하고 냉소적인 면을 담고 있지만 그 저변에는 미국의 일반인들이 절감하는 절박함이 담겨있다. 무어는 미국의 어처구니 없는 시스템을 온갖 사례와 인터뷰를 통해 보여준 뒤 국가에서 의료보호시스템을 구축한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을 둘러보며 미국과 비교한다. 그는 마침내 9.11사태를 복구하기 위해 참여한 미국인들과 함께 의료보장 시스템이 잘 갖춰진 쿠바를 방문한다.
100자평
<식코>는 미국의 민간의료보험의 폐해에 관한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미국은 선진국중 유일하게 공공의료보험이 없으며, GDP의 15%를 의료비에 쏟아붓고도 전국민의 건강수준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턱없이 낮다. 그 이유를 마이클 무어는 민간의료보험 회사들이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들에게 정당한 치료비 지급을 거부하고, 정치권에 로비를 하는 등의 행정비용으로 전체 지출의 31%를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영화는 민간의료보험에 가입이 거부되거나 비싼 보험비를 내지 못하는 4500만명의 무보험자들의 삶을 잠시보여주다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서도 필요할 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한 여러 사례들을 보여주고, 캐나다, 영국, 프랑스, 쿠바의 의료제도는 어떠한지 직접 보여준다. 마이클 무어는 의료는 소방이나 공공도서관 서비스나 마찬가지로 공공에서 전담해야할 제도임을 강조하면서, 미국이 클린턴 정부 때 힐러리에 의한 의료보험 개혁의 움직임이 보험회사의 로비와 '의료 사회주의'라는 우파 정치인의 악선전으로 좌절 되었음을 짚어준다. 의료보험 문제는 현재 미국 대선의 초미의 관심사이다.
하지만! <식코>가 그저 미국 국내용 영화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공적의료보험이 실시된지 30년(전국민의료보험으로 확대된지 20년)이 한국에서도 '의료 사회주의' Vs. '의료 자본주의'의 논쟁은 여전히 유효하며, 새정부의 의료제도가 '당연지정제 폐지+민간의료보험 확대+영리법인화 추진' 으로 갈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이 영화가 갖는 효용은 분명해보인다. 첫째, 사회보험이 무엇이며 의료서비스가 고비용 재화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보험재정 악화와 의료수가 현실화를 위한 보험료율 인상안이 발표될 때마다, 무조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거나 의료공급자들을 향한 돌팔매질을 해대는 포퓰리즘을 성찰캐 하는 것. 둘째,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을 안정화 시켜 보험에서 보장하는 항목과 비율을 늘리고, 적정 수가를 보장하여 의료공급자로 하여금 소신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해나가는 것이 현명한 의료소비자들의 선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보험에서 진료를 제한하는 것은 지금 한국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공단이 제한하는 진료를 환자를 위해 의사가 했을 때, 공단에서는 그것을 '부당청구'라 부르며 진료비를 의사에게 지급하지 않는다. '부당! 청구'가 아니라 '부당삭감'인 것이다. 이러한 '부당삭감'과 '저수가'를 피해 의사들은 성형 등의 비보험 의료행위로 옮겨가거나, 국가에 의한 의료관리에 염증을 느끼고 민간보험을 위시한 '의료자본주의'적 개혁을 열망하고 있다.) 의료소비자이자 유권자인 관객의 눈 이 밝아져야 한다. 황진미/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