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길일은 언제입니까. 지금 정해놓은 개봉날짜는 가능하신가요? 다음주면 개봉할 줄 알았던 영화가 한달 뒤로 밀리고 이번달에 개봉하기로 한 영화는 하반기로 밀립니다. 더이상 보도자료에 적힌 개봉날짜를 믿지 못하겠습니다.
“이런 추세는 어디까지나 배급사들의 시장논리에서 빚어진 것이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애초 계획대로 가고 싶어도 배급사가 그렇게 한다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훌륭한 감독에 괜찮은 캐스팅이라고 해도 애초 계획이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가장 걱정스러운 건 이렇게 미뤄질 경우 영화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영화는 절대 그렇지 않다.” _개봉날짜의 변동추세를 보면서 제작사의 힘이 얼마나 약해졌는지 체감한다는 A 프로듀서
“배급사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어려운 시기이니 그나마 좋은 날을 뽑으려 하는 거다. 깨질 걸 알면서도 감수하고 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나. 물론 호기를 바라보려는 영화도 있지만, 후반작업에 공을 들이려 하거나, 심지어 만들어놓고도 퀄리티상 어찌할 바를 몰라 쟁여두는 영화도 있다. 아마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 강화될 것 같다. 더이상 걸면 거는 대로 돈을 거둬들이는 시대가 아니지 않나.” _영화는 시기를 탈 수밖에 없는 거라는 B 배급사 관계자
“마케터로서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공들여서 분위기를 어느 정도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개봉이 밀리면, 다시 그만큼의 이슈를 선점하기란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한 영화에 매달려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게 힘들다. 경우마다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마케팅 대행비를 건당으로 계약하는데, 진행비는 나온다고 해도 어차피 얻는 수익은 똑같지 않겠나.” _안 그래도 새로 마케팅 플랜을 짜야 해서 머리가 아프다는 C 마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