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마이클 무어의 영화 <식코>가 우여곡절 끝에 4월3일부터 일단 나흘간 전국 30개 개봉관에 걸리는데, 그나마도 병원노조나 사회보험노조 등에서 ‘떼관람’하는 조건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고, 흥행이 안 되면 연장 상영이 어려우니, 부디 여러 곳에 널리 알려 이 영화를 같이 보도록 해야 하는데, 그래서 당신이 할 일이 뭐냐는 것이었다. 그는 나와 일면식도 없다. 또 이 영화의 수입·배급과 관련해 아무 이해관계도 없다.
“저도 꼭 보겠습니다”라고 하는 게 내 주변머리에 맞는 일이건만, 나도 모르게 그만 “저도 열심히 알리겠습니다”라고 답하고 말았다. 미디어에서 접한 그의 몸매와 헤어스타일이 내 타입만 아니었어도… 쩝. 사실 우 아저씨의 선전선동이 없었더라도, 우리의 뚱땡이 마이클 무어가 뭔 일을 벌이면 신경이 쓰인다. 하여간 라인 예쁜 것들은 하는 짓도…. 이번에는 미국 의료보험사의 만행을 탈탈 털었다. 돈없는 놈은 그냥 죽고 돈있는 놈은 돈 쓰다 죽고 아주아주 돈 많은 ‘분들’만 치료받는 세상이 펼쳐진다. 영화 속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전면적인 의료 민영화, 국가 의료보험 축소는 새 정부의 숙원사업 아니던가.
우 아저씨를 포함한 보건의료인들이 4월2일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에게 “이 영화, 같이 보아요” 캠페인을 한단다. 의료 민영화 좋아하다 저 지경 된다는 경고를 하려는 것일 텐데, 약간 불안하다. “단순 저가 질환보다는 중증 질환 위주의 고가 상품을 개발”하여 “해외 환자 유치를 활성화”해서 “7% 성장”의 밑불을 지피겠다고 기염을 토하는 그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역시 돈벌이에는 의료가 최고야” 무릎을 치지 않을까?
의료는 상품이 아니다. 왜? 흥정을 할 수 없으니까. 째라면 째고 찍으라면 찍고 먹으라면 먹어야 한다. 돈 많은 외국 부자들을 들어오게 해 그들의 주머니를 열려면, 내수 진작부터 꾀해야 한다. 그러려면 마루타가 필요하다. 누구냐고? 나랑 당신이지 누구야. 다른 건 몰라도 이번 총선에서 ‘중증 고가 질환’ 시장 활성화를 도모하는 분들의 의료법 개정 저지선만은 뚫리지 않았으면 한다. 안 그러면 앞으로 틀림없이 감기 때문에 병원 찾았다가 “언니, 중증 고가 질환 하나 보고 가요” 옷소매 잡아 끌릴 것이다. 그동안 낸 건강보험료가 얼마인데, 하루아침에 “저 콧물이…” 그랬다가 “우린 그런 싼 물건 없어요” 박대당해야 하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