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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있는 84분 <어웨이크>
안현진(LA 통신원) 2008-03-26

낮말은 새가 듣고, 수술실 말은 마취 덜 된 환자가 듣는다

청년 거부 클레이(헤이든 크리스텐슨)는 선천적으로 약한 심장을 가졌다. 심장을 이식받아야 살 수 있는 그는 신뢰하는 주치의 잭(테렌스 하워드)의 조언에 따라, 홀어머니(레나 올린)의 반대를 거스르고 아름다운 샘(제시카 알바)과 결혼한다. 하객없이 약식으로 결혼한 저녁, 적합한 심장이 준비됐다는 소식에 클레이는 잭에게 집도를 맡기는데, 완전히 마취되는 데 실패해 의식이 생생한 그가 수술대 위에서 얻는 것은 건강한 심장이 아니라 추악한 진실이다. “마취 중 각성”은 한국영화 <리턴>이 다룬 소재로, 어린 시절 끔찍한 고통을 겪은 희생자가 돌아와 복수한다는 내용의 <리턴>과 달리 <어웨이크>는 아무도 들을 수 없는 클레이의 비명과 식은땀을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영화는 초반에 잭의 독백을 통해 클레이가 수술 뒤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시작하는데, 이는 관객의 긴장을 유발함과 동시에 클레이의 죽음이 과연 사고였는지 의문을 품게 만든다. 클레이의 죽음을 원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조금씩은 수상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주변 인물들의 비밀이 밝혀지고 나서야 결말은 다가온다.

미국에서는 이미 DVD로 출시된 <어웨이크>에 대한 평은 극과 극을 달린다. <로튼토마토>의 토마토메터에 의하면 영화의 신선도는 고작 22%. 하지만 <시카고 선타임스>의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기대 안 했는데) 놀라우리만치 효과적인 스릴러”라며 비교적 호평에 해당하는 별점 3개를 줬고, <LA위클리>는 “엔딩의 불합리함을 커버하는 정교한 편집”과 “수술에 대해 일반적으로 가지는 두려움을 이용해 관객을 흡입하는 이야기”라며 우호적인 입장을 밝혔다. 언론과 평단을 대상으로 한 사전시사 없이 개봉한 것을 두고 “혹평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지적한 캐나다의 <글로브 앤드 메일>도 “관객에게 일종의 인내심을 요구하는 영화, 그렇지만 영리한 플롯”이라며 중립적인 입장을 보였다. 스릴러로서 서스펜스에 높은 점수를 주더라도, 심장을 이식하면서 고작 네댓명이 팀을 이룬 허술한 수술장면이나 서툴게 뿌려놓은 복선, 가사상태에 빠져 다른 차원의 시공간을 오가도록 설정한 고루한 상상력 등 흠을 잡자면 빈틈도 많다. 그러나 짧은 러닝타임 동안 한 가지 이야기에 집중한 가지치기는 첫 장편을 내놓은 신인감독으로서 현명한 선택이라고 칭찬할 만하다. 스포일러 피해가기 어려운 세상에 용케 성공해서 사전정보 없이 본다면 스릴있는 84분이 보장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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