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도망갔다. 젊은 스웨덴 여비서와 짐을 싸 줄행랑을 친 것이 분명하다며 테리(조앤 앨런)는 딸들이 둘러앉은 식사 자리에서 분통을 터뜨린다. 남편의 갑작스런 사라짐은 테리를 사사건건 무료해하고 시비 거는 중년의 여자로 만들어버린다. 딸들과의 잦은 불화와 화해도 끊이지 않는다. 네딸 중 첫째(알리시아 위트)는 대학을 졸업하면서 동시에 결혼과 임신의 소식을 폭탄선언하듯 알리고, 둘째(케리 러셀)는 테리의 만류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무용수 되겠다며 고집을 꺾지 않는다. 셋째(에리카 크리스텐슨)는 가라는 대학은 가지 않고 초라한 방송사에 덜컥 AD로 취직하더니 그것도 모자라 아버지뻘의 프로듀서 셰프(마이크 바인더)와 연애 중이다. 그리고 나이보다 성숙한 막내(에반 레이첼 우드)는 옆집 아저씨 데니가 아버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공상한다. 히스테릭해진 어머니 그리고 각양각색의 네 자매가 사는 이 집은 화목한 ‘초원의 집’이거나 자매애로 넘치는 ‘작은 아씨들’의 풍경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옆집에 사는 데니(케빈 코스트너), 전직 야구스타였지만 지금은 야구공에 사인이나 해서 돈을 벌고 변변치 않은 라디오 방송에서 DJ나 하는 그러나 순박한 구석이 있는 그가 테리에게 관심을 보이고, 남편이 사라진 자리에 그가 들어오자 이 집안에는 변화의 기운이 감돈다.
<미스언더스탠드>는 <레인 오버 미>(2007)의 감독 마이크 바인더가 2005년에 만든 영화다. 소소한 사건들 속에서 삶의 숨겨진 행복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본 시리즈의 CIA 요원 파멜라 랜디로 익숙해진 조앤 앨런이 불같은 연기를 한다면 케빈 코스트너는 느리지만 숙련된 방식의 헐렁한 노련함으로 응대한다. 케빈 코스트너 자신의 부침 심했던 영화 이력이 저절로 상기되는 건 부가적인 재미다. 이 둘의 중년의 연애가 귀여운데, 영화는 테리가 딸들과 관계를 회복해가는 과정도 함께 보여준다. 감독인 마이크 바인더 본인은 전직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기질을 발휘하듯 프로듀서 셰프로 출연해 셋째딸 앤디와 어울리지 않는 염문을 코믹하게 뿌린다. 너무 흔한 장르에 태생을 둔 상투성은 <미스언더스탠드>의 피할 수 없는 단점이지만 주어진 한계에서 신경 써 배치된 각각의 캐릭터가 집중력을 잃지 않는 건 장점이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이 거대한 화두에 대한 답으로 노렸을 영화의 마지막 반전에 관해서는 보는 이에 따라 기껏 잔인한 농담으로 보이거나 인생에서 지나치기 어려운 진짜 함정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