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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인 가족 형태를 넘어선 공동체를 꾸리기 <동거, 동락>
박혜명 2008-03-26

우리 엄마와 우리 엄마의 애인, 그 애인의 아들, 그 아들의 애인인 나

<동거, 동락>엔 멀쩡한 가정이 없다. 23살 유진(조윤희)은 아버지의 ‘커밍아웃’으로 엄마 정임(김청)과 단둘이 살고, 유진의 동갑내기 애인 병석(김동욱) 역시 부모의 별거로 엄마와 살고 있다. 그나마 유진과 유진 모의 관계는 친밀하지만 병석과 병석 모 경미(길해연)의 관계는 견원지간 같다. 이렇듯 관계들이 뒤틀어진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정임과 경미 그리고 이 둘 사이에 존재했던 한 남자 때문이다. <동거, 동락>을 한줄로 요약한다면 ‘오래전 엇갈린 사랑을 바로잡으려는 중년들의 러브스토리’라고 할 법하다. 정임과 경미, 경미의 남편 승록(정승호) 사이의 해결되지 않은 사랑문제가 그들의 자식인 유진과 병석의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엄마에게 딜도를 선물하는 딸, 딸과 딸의 남자친구의 섹스 관계를 인정하는 엄마, 호스트바에 아르바이트를 나가곤 하는 병석, 아들이 일하는 호스트바의 단골 손님인 엄마. 이렇듯 자기 욕망에 솔직하고 자유분방하기도 한 인물들은 결혼과 상식적인 가족 형태를 넘어선 공동체를 꾸리기로 한다. 영상원 출신의 1983년생으로 굉장히 젊은 나이에 장편 데뷔를 하게 된 김태희 감독의 연출 솜씨는 사실 미숙함과 촌스러움, 거칠음의 정도가 커서 100분 내내 보는 사람의 마음을 그리 편케 해주진 않는다. 특히 거침없는 자식 세대의 사랑과 대조되는 부모 세대의 순수한 사랑을 묘사할 때 미숙함이 크게 드러난다. 믿음직한 점이라면 ‘개인들의 진정한 행복에 기반한 대안가족의 상상’이란 주제의식을 끝까지 관철한다는 것. 이음새들이 거칠긴 해도 예정된 답까지 한눈팔지 않고 간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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