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 거의 유일의 (프랑스어)예술영화 전용관인 시네마테크 퀘벡쿠아즈에서 독특한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20세기 초, 1924년부터 1952년까지 만들어진 일본 애니메이션을 지난 2월부터 오는 4월 초까지 상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포진해 있는 가운데 애니메이션이 가지는 여러 가지 속성들을 보여주게 되는데, 다들 알다시피 애니메이션이 언제나 아이들을 위한 엔터테인먼트였던 것만은 아니다. 1024년부터 52년까지, 일본에서 만들어진 많은 애니메이션은 교육용 혹은 선전용이었다. 물론 이번 회고전에서는 그저 보고 즐기고 웃는 만화의 순기능을 그대로 보여주는 애니메이션도 많이 상영되는 중이다.
3월 현재는 특히 전쟁 중 혹은 전후에 만들어진 일본 애니메이션을 주로 상영하고 있다. 가장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그 유명한 <사쿠라>(Sakura, 1946)다. 마사오카 겐조가 전쟁 뒤에 만든 첫 번째 애니메이션 <사쿠라>는 벚꽃이 끊임없이 떨어지는 장면에서 일본의 전통화법이 잘 드러나는 것 덕에 관객의 찬탄을 빚어낸다. 이외에도 오부치 노부로, 오기노 시게지 등 전후 모더니즘 시대를 알린 애니메이터들의 오마주 상영회가 열린다. 일본 국립영상원의 큐레이터 아키라 도치기의 말에 따르면 이번 회고전이 특별히 20년대 초부터 50년대를 아우르고 있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이는 “당시의 독립영화사들이 저작권 문제에는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사라져버려서 저작권 시비에서 자유롭고, 또 어떤 작품은 정부 차원에서 제작되었기에 누구의 소유라고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상영이 그닥 까다롭지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이유 말고도 “현재 떠오르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관심을 통해 초기작품을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보는 시간으로 마련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초기 일본 애니메이션이 일본 못지않게 긴 만화의 역사를 지닌 퀘벡주 몬트리올에서 상영된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면서도 만화 같은 일이다. 시네마테크 퀘벡쿠아즈에 따르면 내년에는 교환상영식으로 일본에서 캐나다 혹은 퀘벡 애니메이션을 상영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일본 관객은 퀘벡 애니메이션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