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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만 채워진 건전동화 <달려라! 타마코>
강병진 2008-03-19

날마다 꿈꾸던 4차원 소녀, 잠에서 깨어나 부지런한 아침을 맞이하다

“조심성있는 아이”로 자란 타마코(야마다 마이코)에겐 사방이 위험투성이다. 머리에 쓴 헬멧도 모자라 언제나 우산을 들고 주위를 살피며 걷는 그녀는 지금껏 500m 반경의 마을 밖을 나가본 적이 없다. 특별히 하는 일도, 할 줄 아는 일도 없고 표정도 거의 없는 그녀가 유일하게 웃는 순간은 동네 빵집에서 사온 꿀빵을 먹을 때다. 그렇게 별다른 분란없이 잘 살아온 그녀에게 어느 날 위기가 닥친다. 동네 빵집 할아버지가 앓아누워 꿀빵을 먹을 수 없게 됐고, 자신을 첫사랑이라며 쫓아다니던 소꿉친구는 어느 날 엄마와 눈이 맞아 나이를 넘어선 닭살행각을 일삼고, 아무런 꿈도 없을 것 같던 동생은 ‘버스가이드’란 직업을 찾아 나선다. 게다가 유일하게 타마코의 4차원적 정신세계를 이해해주던 아버지 헤이키치(다케나카 나오토)까지 새 인생을 찾아 뉴욕행을 결심한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기를” 바랐던 타마코는 난데없는 변화에 힘입어 태어나 처음으로 ‘결심’이란 걸 해본다. 내가 먹을 꿀빵은 내가 직접 만들겠다는 것. 그녀는 한번도 건넌 적이 없던 마을의 다리를 건너고, 벗은 적 없던 헬멧을 벗은 뒤 빵을 만들기 시작한다.

영화는 타마코가 그저 유별난 소녀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양미라를 연상시키는 뚱한 표정과 몽환에 빠진 듯한 웃음, 독특한 걸음걸이 등 언뜻 보기에 타마코는 팬시인형 같은 모습의 4차원 소녀다. 하지만 타마코의 증세를 보자면 사실상 <달려라! 타마코>는 자폐에 빠진 한 장애소녀가 세상에 발을 딛는 이야기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바깥세상과 맞서기 두려웠던 소녀는 조금씩 동네 밖으로 걸어나가고, 가족 외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면서 자신이 하고픈 일을 찾게 된다. 영화가 공을 들이는 것은 그처럼 익숙한 이야기를 최대한 ‘귀엽게’ 묘사하는 것이다. 꿀빵을 먹던 타마코는 꿀빵을 타고 우주를 유영하는 상상에 빠지고 엄마와 그녀의 연인이 얼굴을 부빌 때면 비눗방울마냥 하트가 떠다니며, 가족은 새로운 인생에 설레며 갑자기 노래하고 춤춘다. 하지만 몇몇 개성적인 장면과 소소한 유머만이 돋보일 뿐 세상과 부대끼려는 타마코를 응원하기까지는 연출의 힘이 달린다. 독특한 에피소드로 타마코의 캐릭터를 그려나가던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그녀의 감정에 깃든 분위기를 묘사하는 데 치중한다. 역시 귀엽게. “노력하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설파하는 <달려라! 타마코>는 그림으로만 채워진 건전동화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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