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은 정치 스캔들로 떠들썩한데, 맨해튼의 레스토랑에서 1시간째 여배우를 기다리는 정치부 기자가 있다. 피에르(스티브 부세미)가 편집장에게 이 상황을 불평하는 동안 섹스 파트너들로 더 유명한 카티야(시에나 밀러)가 도착한다. 미안한 기색도 없는 카티야와 인터뷰 준비도 하지 않은 피에르의 만남이 순탄할 리 없다. 자존심 상한 여배우는 테이블에서 일어나 파파라치가 기다리는 거리로 나서는데, 우연히 피에르를 태운 택시가 추돌사고를 일으키자 카티야는 피에르를 응급실 대신 집으로 데려간다.
영화는 2막으로 구성된다. 서로를 과소평가했던 전반전과 달리 후반전은 적수를 알아본 둘의 진실게임이다. 카티야는 따분한 질문에 “내가 정치 거물이라면 그런 질문을 했겠냐”고 받아칠 만큼 영리하고, 피에르는 여배우의 유혹을 조절하는 베테랑이다. 남녀 사이에 오가는 이상기류도 두뇌플레이의 일부. 알코올과 담배, 코카인에 버무려져도 신경전은 수그러들 줄 모른다. 영화는 다소 연극적이다. 말꼬리를 무는 대사는 리듬을 타고, 상황은 관객의 집중을 높인다. 여배우를 연기한 시에나 밀러의 연기는 어느 때보다도 탁월한데, <뉴욕타임스>에 의하면 “처음으로 스크린을 장식하지 않고 장악”했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인터뷰의 맥을 끊는 것은 휴대폰 벨소리. 그녀가 통화하는 사이 기자의 본능은 컴퓨터를 뒤지다 대어를 낚고, 기사화하고픈 욕심에 카티야에게 그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영화는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하는 기자와 유명인의 관계를 포착했지만, 기본적으로는 ‘관계의 불평등’을 전제로 한다. 특종을 잡은 피에르가 카티야의 집을 떠날 때 나누는 대화는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상생과 공존은 없다, 승자와 패자로 갈릴 뿐. 마지막에 웃는 자가 누구인지는 피에르가 유유히 떠난 뒤에야 드러난다.
<인터뷰>는 2004년 피살된 네덜란드 감독 테오 반 고흐가 남긴 동명 영화의 리메이크다. 감독과 주연을 겸한 스티브 부세미는 시나리오를 일부 수정했지만, 오리지널의 촬영감독을 기용하고 단·중·장거리를 모두 잡을 수 있도록 3대의 카메라를 동시에 사용하는 기법은 그대로 따랐다. 영화에는 감독을 추모하는 소품들이 숨어 있는데, 카티야에게 사인을 청하는 남자의 이름은 “테오”이고, 피에르가 탄 택시는 “반 고흐 이삿짐센터”의 트럭과 부딪친다. 몰라도 좋지만 알면 재밌는 한 가지, 목소리만 등장하는 카티야의 약혼자는 <스파이더 맨> 시리즈의 제임스 프랭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