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살 와타루는 아침이면 헐레벌떡 학교 뒷담을 넘고, 방과 뒤엔 게임기 앞에 달라붙는 평범한 소년이다. 동네에 유령이 나오는 폐건물이 있다는 괴담에 솔깃해 단짝 친구와 함께 탐험에 나선 와타루는 유령 대신 다른 차원의 세계로 통하는 듯한 기이한 입구를 발견한다. 다음날 상급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전학생 미쓰루(웬쓰 에이지)를 구해준 와타루는 미쓰루로부터 문제의 입구가 환상의 세계로 통하며, 그곳으로 가면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반신반의하던 와타루는 평소와 다름없이 집으로 돌아오지만, 아버지가 갑자기 다른 사람과 살게 됐다며 집을 나가버리자 충격을 받는다. 설상가상으로 황급히 이혼서류를 감추던 어머니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자, 와타루는 곧장 미쓰루의 말을 떠올리고 환상의 세계로 뛰어든다.
<브레이브 스토리>는 미야베 미유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으로, <청의 6호> <최종병기 그녀> <풀 메탈 패닉> 등을 제작했던 아니메 스튜디오 GONZO가 <후지TV>와 공동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미야베 미유키는 <모방범> <화차> 등과 같은 추리소설 작가로 우리에게 더욱 친숙하지만, <브레이브 스토리>는 그처럼 자동적으로 연상되는 기존의 궤도에서는 다소 벗어난 10대 대상의 판타지소설이다. 게임광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로 게임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기도 한 미야베 미유키는 정확히 RPG 스타일의 이야기를 완성했다. 5개의 보석을 획득하는 것을 최종적인 목표로, 하나의 난관을 넘어설 때마다 하나의 보석을 얻는다는 설정은 플레이어가 게임의 스테이지를 통과하는 방식과 일치하지만, <브레이브 스토리>는 친숙한 영토에서 가능한 즐거움을 성실하게 수확한다. 그저 껴안고 싶어질 만큼 사랑스럽고 유머러스한 캐릭터들, 동굴 밑바닥과 구름 위를 자유분방하게 오가며 지형지물의 특성에 맞춰 아기자기한 드라마를 직조하는 솜씨는 분명 애니메이션의 미덕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자의 것이다. 꼼꼼하고 완성도 높은 작화도 만족스러울뿐더러 어드벤처의 활기에 적당량의 메시지를 꿰매넣는 수완도 밉지 않다. 상처는 지워야 할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부딪힘으로써 성장한다는 목소리가 이음새없이 녹아들었다. 아이들을 관객층으로 삼았으나, 성인 관객도 기꺼이 설득당할 만한 기분 좋은 애니메이션이다. <4월 이야기> <도쿄타워>의 마쓰 다카코가 와타루의 목소리를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