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람의 일대기를 그리는 건 쉬운 일만은 아니다. 특히 역사학자 휴 토머스로 하여금 “한 개인이 역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라고 칭송하게끔 만든 윌리엄 윌버포스 같은 사람의 이야기는 더더욱. 노예해방을 위해 반평생을 헌신한 윌버포스의 삶을 담은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기본적으로 위인전의 한계 속에 갇혀 있지만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 애쓰는 영화다. 윌리엄 윌버포스(요안 그리피스)는 역사에서와 마찬가지로 강인한 의지의 소유자로 묘사되지만, 노예무역 금지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키려다 실패한데다 건강까지 악화된 그의 모습에서 영화를 시작함으로써 비범한 위인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그를 바라볼 수 있게끔 한다. 또한 아내가 된 바버라 스푸너(로몰라 가레이)와의 연애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의 과거 행적을 보여주는 것도 그의 공적인 삶을 좀더 쉽게 전달하려는 의도처럼 보인다.
물론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순수한 즐거움으로 볼 수는 없다. 아무리 극화했다고는 해도 어쩔 수 없이 당시의 노예무역 실태와 그에 대한 윌버포스와 동료들의 활동에 관한 ‘교육적’ 내용이 상당 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핸디캡을 극복하는 최고의 요소는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다. 조연으로 등장하는 앨버트 피니, 마이클 갬본, 시어런 하인즈 등 정극에서 단련된 중년배우들의 무게있는 연기가 영화를 얼마나 풍성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지 체감케 한다. 아무튼 윌버포스가 노예 못지않게 고통받던 영국 노동자와 프랑스혁명에 애매한 태도를 취한 건 사실이지만, 그가 사심이 아닌 공적 목표에 모든 것을 걸었다는 점만큼은 확실하다. 총선을 앞둔 한국 관객으로선 그저 부러울 따름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