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영화 네 번째로 보는 거예요.” 무서운 신인감독과 열혈 관객의 만남. 3월6일 오후 7시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씨네21>이 주관하는 <추격자> 특별 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1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나홍진 감독과의 대화. 수차례 영화를 반복 관람한 관객이 대다수인 만큼 심도 깊은 질의응답이 오갔다. “꼭 미진을 죽여야 했느냐”는 한 여성 관객의 질문에 나홍진 감독은 “밝은 대낮에 평화로워 보이는 주택가 한복판에서 살해당하는 여자의 이미지가 이 영화의 출발점이었다”고 답변했고, 이어 영화 속 기독교적인 요소들에 대한 의문에는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붉은 십자가를 발견할 수 없는 공간이 있나. 모든 살인은 십자가 아래서, 즉 신의 발밑에서 벌어진다고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또 “지영민이라는 캐릭터가 악에 대한 심층적인 탐구없이 표피적인 재현에 그치지 않았나”는 따끔한 지적을 향해 “개인적으로는 그런 인물은 이해가 안 되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나에겐 그들의 죄만이 보이더라. 영화로 그자에 대한 이해를 돕고 싶지 않았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질문에 대한 답변과는 별개로, 하정우가 골목을 달려가다 넘어지는 장면이 예상치 못했던 애드리브였다는 이야기 등 제작과 관련된 일화들이 나홍진 감독에게서 흘러나오자 관객도 흥미롭게 귀를 기울였다. 이날 객석에는 직접 장편영화 연출을 준비 중인 학생들도 자리했다. 선배로서의 조언을 구하는 이들에게 나홍진 감독은 “처음 하는 일이라 걱정이 많을 테지만, 그 불안을 계속 키워라. 그러다보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입봉을 준비하는 과정은 너무나 암담하지만, 결국에는 끝이 있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다”며 진심어린 충고를 건넸다(나홍진 감독과의 대화는 <씨네21> 홈페이지(www.cine21.com)의 TV씨네21을 통해 동영상 관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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