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에 일어나기도 힘든 나에겐 아침 8시 전 회의는 경이로울 뿐이다. 세상에 월화수목금금금이라니, 월화수목일일일도 아니고. 남편이 공무원인 우리 옆집 언니 얼굴이 반쪽이 됐던데, 머슴처럼 봉사하겠다며 새벽 별보기, 노 홀리데이를 하면 진짜 머슴처럼 뒷수발 드는 이들의 노동환경은 더 가혹해진다. 운전기사, 경비아저씨, 수행비서, 기타 등등. 설마 한푼이라도 더 시간외수당을 챙기려는 심보는 아니겠지? 워낙 실용적인 분들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사실 공무원들이 바삐 일한다면 고소한 면은 있다. 문제는 그게 진짜 일을 하는 건지 하는 척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하루 종일 졸리고 멍하다는 ‘얼리 버드 증후군’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대통령이 닦달하니 청와대, 정부부처, 공공기관, 지자체까지 일사불란하게 회의시간을 당기고 휴일에도 나와 일한다. 그동안 다 널널하게 놀았다는 말씀인가. 기업지원과를 기업사랑과로 바꾼 지자체, 직원들에게 영어학원 등록을 의무화한 기관도 있다. 프렌들리가 지나치면 스캔들-리가 된다.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공기업·공공기관의 임원들을 “알아서 떠나라”고 한 데 이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멀쩡한 절차를 거쳐 뽑힌, 임기도 한참 남은 이들을 겨냥해 “이전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이라며 역시 물러나라고 하고, 한나라당 대변인은 “좌파이념에 매몰된, 유별난 DNA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딱지를 붙였다. 이렇게 색칠을 하는 이유는 당 공천에서 탈락했거나 자기 사람에게 한 자리 주려는 것이라는 걸 아침잠 많은 국민들도 다 안다.
정작 ‘유별난 DNA’가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교육계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회장으로 있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애들에게 일제고사를 치르게 하더니, 지역 등수, 전교 등수를 매겨 공개할 작정이다. 다른 지역, 다른 학교보다 높은 점수를 받게 하려고 예상문제집을 나눠줘 달달 외우게 하거나(서울시교육청), 운동부 학생 및 장애 학생을 시험에서 제외하는(경기지역 한 학교) 작당을 하기도 했다. 학생 수준을 진단해 그에 맞게 가르치고 학력을 높이는 게 목적이라더니, 알고 보니 애들을 ‘대리인’으로 교육감들과 학교장들이 경쟁하는 꼴이 아닌가. 내 일찍이 당부한 바 있듯이, 그렇게 겨뤄보고 싶으면 깔끔하게 자기들끼리 국어·사회·수학·과학·영어 시험 보란 말이다. 영어 시험에 말하기랑 듣기는 꼭 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