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하지만 단호한 선이 강조된 뚱한 캐릭터, 시큰둥한 톤에 절박함을 담은 목소리. 정적인 의뭉스러움으로 무장한 ‘장형윤표 애니메이션’, 일본에서도 통할까? <아빠가 필요해> <편지> <Tea Time> <어쩌면 나는 장님인지도 모른다> 등 장형윤 감독의 단편 네편을 묶은 DVD가 지난 3월6일 일본에서 출시됐다. 본인이 쑥스럽게 밝힌 표지의 문구, “한류 아니메, 장형윤 작품집”이야 귀여운 카피라고 넘길 수 있지만, 신카이 마코토의 <초속 5센티미터> 등을 만든 애니메이션 제작사 ‘코믹스 웨이브 필름’이라는 DVD 발매회사는 꽤나 묵직하다. 신진 애니작가를 지속적으로 발굴한 소규모 회사로, 신카이 마코토의 <별의 목소리>는 15만장까지 판매되는 대박을 내기도 했다. 이들이 DVD를 만든 한국 작가로는 장형윤 감독이 처음인데, <아빠가 필요해>가 아마추어 작가를 대상으로 한 일본의 페스티벌에서 수상하면서 이를 눈여겨본 제작사가 연락을 취한 것이다. 사실 DVD 출시는 일종의 워밍업. 중편 <무림일검의 사생활>이 올해 말 DVD로 출시될 예정이고, 기획단계에 있는 “밤마다 동물로 변하는 여자를 만나는 뮤지션”이 등장하는 장편애니메이션에 관해서도 모종의 이야기가 진행 중이다. 소박하되 내실있는 ‘장형윤식 한류’,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