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프랑스어 원제는 “Les Ambitieux”, 우리말로 바꾸면 “야먕”, “야심가들” 정도가 된다. 로맨틱한 국내 개봉제목으로 둔갑한 이 영화는 그러니까 나름 심오한 의도가 엿보이는 영화이기도 하다. 파리의 잘나가는 출판사의 여성편집장 주디스(카랭 비아르)는 콧대 높은 싱글 커리어우먼이다. 그녀는 듣도 보도 못한 초짜 소설가 줄리앙(에릭 카라바카)을 초면에 무시했다가 그의 젊고 순진한 면모에 반해 연애를 시작한다. 마음을 나누기보다 섹스를 하는 즐거움을 더 크게 느끼며. 줄리앙은 주디스의 아버지가 1970년대 프랑스의 유명 좌파 지식인이었던 것을 우연히 알게 되고, 그녀의 집에 보관된 자료를 몰래 빼내 그것으로 소설을 써낸다. 주디스의 마음 한구석엔 줄리앙과의 관계를 ‘엔조이’로 제한하려는 의도가 있고, 줄리앙의 마음 한구석엔 주디스의 아버지의 감춰진 생애로부터 창작의 재료를 얻으려 한 의도가 있었다. 둘은 각자 짐작했던 서로의 이기적 본심을 면전에서 날카롭게 공격하고 헤어진다.
<당신은 나의 베스트셀러>는 불순한 의도로 시작된 꿍꿍이 많은 연애가 감수성 짙은 사랑으로 결론지어지는 영화다. 연출의 방점은 밝은 장르영화 만들기에도 찍혀 있고 진지한 주제의식에도 찍혀 있는데 아마도 감독은 후자에 대한 압박을 좀더 크게 느낀 것 같다. 두 남녀가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고 강하게 끌어안는 마지막 순간에조차 저것은 동상이몽일 뿐이라는 의혹이 가시지 않는 것을 보면 그렇다. 혹은 프랑스식 남녀 사랑이 그렇게 건조한 것인 줄 우리가 잘 몰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