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시작은 시커먼 땅속이다. 은을 찾아 땅속으로 내려갔다 올라오길 반복하는 남자 다니엘 플레인뷰(대니얼 데이 루이스)는 갑작스런 사고로 다리를 다친다. 이후 그는 또 다른 사고로 목숨을 잃은 동료의 아들 H. W.(딜런 프리지어)와 함께 산다. 석유가 있는 곳을 찾아 미국의 서부를 오가는 그는 리틀 보스턴에 석유가 있다는 엘라이(폴 다노)의 제보에 아들과 함께 리틀 보스턴으로 향한다. 리틀 보스턴은 목사 엘라이를 중심으로 한 광신도적 교인들이 주민의 대부분이다. 다니엘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며 땅을 사고, 유정탑을 쌓으며, 배송관을 만들어 석유 발굴에 나선다. 사랑, 공동체 의식, 자연, 신앙, 가족 등 인간의 덕목이라 여겨지는 가치들은 석유와 돈을 향한 다니엘의 욕망 속에 자리를 감춘다.
땅속에서 유를 창출하고 좀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부를 불리는 다니엘은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이다. 선과 악의 이분법적 사고 속에서 세를 불리기 위해 믿음을 전도하는 엘라이의 설교는 자본주의 내 기독교의 단면이다. 업튼 싱클레어의 500여 페이지 소설 <오일!>에서 앞의 150여 페이지만 가져온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은 종교와 자본주의를 배경으로 성공을 추구하던 한 남자의 파멸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는 성서가 문을 닫듯 다니엘이 “I’m finished”라 내뱉으며 끝을 맺는데 영화는 여기서 하나의 세계가 종말했음을 알린다. 하강을 거부한 상승, 정해진 방향에 역행해 빚어진 파멸. 영화 초반부 땅 위로 올라오려던 다니엘은 어쩔 수 없는 중력을 이기지 못해 아래로 떨어진다. 영화의 중반부 다니엘은 앞뒤로 길게 뻗은 기찻길을 뒤에서 앞으로 거슬러 걸어온다. <데어 윌 비 블러드>는 어떤 질서에 역행하며 성공을 꿈꾼 미국의 한 역사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역사는 피를 부를 만큼 잔혹하고 비참하다. <펀치 드렁크 러브> <매그놀리아> 등을 연출했던 폴 토머슨 앤더스 감독이 쓴 가장 암울하고 치열한 미국의 석유광 시대. 라디오헤드의 기타리스트 조니 그린우드가 만든 음악은 신경질적이고 불안한 사운드로 묵시론적인 영화의 분위기를 적절하게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