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후보자 세명이 사퇴했지만, 남은 사람들도 가히 의혹 종합선물세트다. 집·땅·아파트·오피스텔에 이어 국경까지 넘나드는 버라이어티한 투기, 탈세, 표절, 군사정권 부역, 허위 경력, 공금횡령, 외국적 자녀의 건강보험 무임승차, 부동산 실명제 위반…. 위법 내용도 어찌나 다양한지, 운전 중 속도위반을 일삼은 이도 있다. 이러다 정부 구성 못하겠다, 대사면시키자는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들이 청문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제대로 일을 할까 의심스럽다. 노동·복지장관 후보자는 자기 분야의 현안에도 구체적인 답을 못하거나 의원들의 다그침에 말을 바꿨다. 한나라당 의원으로부터 “공부 더 해야겠다”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였다. 개인의 ‘굴욕’을 넘어 부처의 ‘굴욕’, 나아가 그들에게 행정적인 권한을 위임한 국민의 ‘굴욕’이다. 날이 바뀔 때마다 ‘더 큰 의혹’이 터져나와 정신이 없다만, 간추려 짚고 넘어갈 일이 있다.
사퇴한 세 후보 중 두명은 여성이었고, 논문 표절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청와대 수석도 여성이다. 하나같이 다 이상하다. 왜? 여자들이 공직을 맡을 준비가 안 돼 있어서? 아니다. 구색 맞추기로 여성을 등용하다 보니 공들여 찾지 않고 가까운 데서 아무나 데려다 앉힌 결과다. 이명박 대통령의 통치술, 용인술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자녀국적·부인투기·정신세계 삼박자로 욕을 먹다 사퇴한 다른 한 남성후보는 통일부, 걸어다니는 ‘의혹 백화점’인 후보와 허위경력 기재 같은 바보 같은 짓을 한 또 다른 후보는 각각 보건복지가족부와 노동부 장관 내정자이다. 모두 대통령이 없애려 했거나 노골적으로 홀대하는 부처다. 참, 청와대 사회정책수석도 복지 담당이지.
돈 되는 부서만 챙기고 나머지 부서는 잘나가는 부서의 지원부서로 여기는 ‘사장님 마인드’가 정부 구성에도 적용된 것이다. 거기에 부처 수장을 자기 수족 정도로 여기고, 여성은 말 잘 듣는 만만한 이로 고르면 된다는 생각이 더해진 게 아니라면 이런 식의 인사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심지어 투기 의혹에 “남편 선물”이라느니 “땅을 사랑한다”느니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는, 최소한의 공적 훈련도 안 된 여성들이 여론에 밀려 사퇴하자 “여성 인재 풀이 워낙 적어서 그렇다”고 둘러댔다. 하루아침에 여성의 지위와 권익을 퇴행시켜버렸다. 한나라당의 여성의원과 당직자, 전문위원들은 그럼 뭔가. 여성 등용에 대한 이해가 이렇게 일천하고 위험한 이가 그려나갈 ‘실용’이 대체 어떤 것인지, 심히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