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일부터 9일까지 열릴 제9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상영 프로그램과 규모가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영화제는 부르키나파소의 이드리사 우에디리고, 튀니지의 나세르 케미르, 차드의 마하마트 살레 하룬이 영화제의 간판 프로그램 격인 ‘디지털 삼인삼색’에 참여한다고 밝힌데 이어 이번에는 ‘중앙아시아 특별전’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쿠바, 마그랩, 옛 소비에트연방, 터키 등 그동안 비서구 지역 영화들의 발굴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전주국제영화제의 일면을 보여주는 행사. 소비에트 붕괴 이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만들어진 장편 10편과 단편 2편 등 총 12편의 작품을 상영한다.
한국계 2세 아방가르드 음악가로 잘 알려져 있는 빅토르 최가 출연한 라쉬드 누구마노프의 <바늘>, 디지털 삼인삼색 2006에 참여한 바 있던 다레잔 오미르바예프의 <카이라트>, 에이젠슈테인 탄생 110주년 기념으로 특별히 초청된 이고르 고노폴스키의 다큐멘터리 <1941-1944년 알마아타에서의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 로카르노와 칸 등에서 주목받았던 악탄 아릠쿠바트의 <그네>와 <버스 정거장>, 이번 특별전의 유일한 여성감독인 마이아람 유수포바의 <창문>과 <노란 풀들의 시절>, 소비에트 혁명기를 배경으로 한 유스포 라지코프의 <연설자> 등이 중앙아시아 특별전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다.
대안적인 영화들을 주로 발굴해온 영화제의 기치가 올해도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다만 예년에 비해 규모는 좀더 커질 듯하다. 출품작은 국내 815편, 해외 389편 등 역대 최대 규모인 1204편으로 지난해 1035편에 비해 16% 증가했다. 유운성 프로그래머는 “예년에 비해 게스트의 지명도도 높아지고 참가인원도 다소 많아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영화제는 경쟁부문에 대한 인식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기존의 ‘인디비전 섹션’을 올해부터 ‘국제경쟁부문’으로 바꾸어 운영한다. 한편 디지털 삼인삼색 참여 감독인 차드의 마하마트 살레 하룬 감독의 경우 내전으로 인해 카메라와 촬영차량을 도난당하긴 했으나, 삼인삼색 프로젝트 촬영을 끝낸 뒤에 벌어진 사고인데다 후반작업 투자에 적극적인 파트너를 만난터라 신작을 들고서 전주 나들이를 하는데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