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우드로 대표되는 인도 영화계 제작자와 영화산업 종사자 사이에 내분 조짐이 일고 있다. 영화산업 종사자들을 위한 복지기금이 내분의 발단. 현재 인도 영화계에는 약 120만명의 영화산업 종사자들이 있다. 특히 뭄바이를 중심으로 하는 발리우드의 경우 10만명 이상이 영화 관련 일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 자유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 다시 말해 그들에게 ‘직업보장’이라는 개념은 없다. 현재 제도하에서 그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두 가지 정도다. 하나는 중앙정부 노동부 산하의 복지위원회가 운영하는 ‘영화산업 종사자 복지기금’(Cine Workers’ Welfare Fund)이고 다른 하나는 예능인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영화예능인 복지기금’(Cine Artiste’s Welfare Fund)이다.
이중 정부가 운영하는 전자의 기금형성 과정이 이번 내분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인도의 영화 제작자들은 영화를 개봉하기 위해서 영화검열국(Central Board of Film Certification, CBFC)이 발행하는 검열인증서를 반드시 취득해야 한다. 이때 모든 힌디어(북인도어) 영화들은 2만루피(52만원 상당)를, 지방언어로 제작된 영화들은 1만루피를 검열인증서 취득을 위한 세금으로 검열국에 낸다. 이렇게 걷힌 연간 2억원 정도의 세금은 복지위원회로 보내져 ‘영화산업 종사자 복지기금’으로 사용되어왔다. 말하자면 정부가 운영하는 복지기금이 제작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왔던 셈이다.
그런데 최근 영화 제작자들을 대표하는 가장 큰 단체인 인도영화제작자연합(Indian Motion Picture Prodecers’ Association, IMPPA)이 2억5천만원 이하의 저예산으로 제작되는 영화에 대해서는 검열인증서 취득세를 면제해줄 것을 인도 노동부에 정식으로 건의한 것이다. IMPPA의 부의장인 수샤마 쉬로마니는 “인도에서 제작되는 영화의 90% 이상은 저예산으로 만들어진다”며 조세감면 요구의 이유를 들었다.
반면 인도 영화산업 종사자들은 제작자들이 검열국에 내는 세금의 액수를 더욱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작자들이 내는 세금이 결국 자신들을 위한 복지기금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영화 제작자와 종사자 사이의 이러한 입장 차이는 논쟁의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 인도의 영화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고 있지만 실제 ‘대박’을 내는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이고, 특히 지방어로 제작되는 영화의 상당수는 제작자뿐만 아니라 배우들도 하루 일당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10월, 영화를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부문’이 인도에서도 정식으로 ‘산업’으로 불리기 시작했지만 정작 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 변화는 없었다. 이번 내분으로 인해 영화산업 전반에 걸친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제작자들과 종사자들 사이에 무너진 신뢰를 먼저 회복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욱 지배적이다. 인도 영화계의 이번 내분이 전화위복이 될지는 좀더 두고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