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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단편] 적합한 심장과 부적합한 마음의 갈등
김도훈 사진 서지형(스틸기사) 2008-02-14

김충녕 감독의 <부… 적합>

“거의 40여분의 작품인데도 몰입해서 보았어요. 일반적인 단편에서 다루는 일상적인 내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안정되게 그리다가 마지막엔 놀라게 만들며 끝네시네요. 연출자의 다른 작품을 보고 싶게 만드네요.”(rlatjdcks) KT&G 상상마당 2007년 11월 우수작으로 뽑힌 <부… 적합>은 오랜만에 네티즌과 심사위원의 굳건한 지지를 얻어낸 작품이다. 38분이라는 단편치고는 긴 러닝타임도 그러하거니와 촬영과 조명, 연기에 이르기까지 다른 단편들과는 남다른 완성도를 보여주는 덕택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부… 적합>은 적합한 심장을 얻었으나 부적합한 마음마저 함께 얻어버린 한 여자의 이야기다. 정희는 아버지의 반대와 지병으로 연인 은석과 이별을 한 뒤 갑자기 죽는다. 슬픔에 사로잡힌 정희의 아버지는 딸의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정희의 심장을 이식받은 여자 선아는 정체성의 혼란에 휩싸여 있다. 뒷골목의 거친 세계에서 살아가는 선아에게 선(善)에 대한 욕망은 거추장스럽고 고통스러운 사치일 따름이다. 정희의 심장을 찾아나선 아버지와 남자친구 은석은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선아와 대면하게 되고, 이야기는 비극을 향해 달려간다.

장기이식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부… 적합>은 <리턴 투 미> 같은 할리우드영화나 <여름향기> 같은 한국 드라마처럼 달콤한 판타지로 빠져드는 법이 없다. 중요한 것은 전혀 다른 마음을 이식받은 한 여자가 자신의 영역을 보호하려다 무너져내리는 과정이다. 김충녕 감독은 <부… 적합>이 소재주의로 빠져들기를 바라지 않았다고 말한다. 장기이식 장면을 모두 배제한 것도 그 때문이다. 괜스레 눈물을 짜는 아버지의 주름살 같은 건 이 영화에서 중요하지 않다. “사실은 선아라는 인물만 보여주기도 벅찼다. 또 단편에서 여러 가지를 복잡하게 보여주려는 생각도 없었고. 관객이 선아라는 캐릭터 한명만의 감정선을 따라가면서 영화를 이해해줘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김충녕 감독이 어떻게 <부… 적합>을 만들게 됐느냐는 건, 꽤 긴 이야기다. 그는 의외로 체육교육학과 출신이다. “아버지가 체교과 교수여서 어릴 때부터 운동을 했고, 자연스럽게 그냥 체교과를 선택하게 됐다.” 하지만 체교과가 그의 길이 아니라고 판단한 김충녕 감독은 오랜 준비 끝에 영상원 대학원에 합격했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는 생각보다 컸다. “군대에서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결국 제대한 뒤 부모님을 끈질기게 설득했는데, 이제는 또 체교과에서 영화과로는 편입이 도저히 힘들다는 걸 알게 됐다.” 교환교수가 된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김충녕 감독은 동서부 대학의 영화과 입학을 준비했다. 그러나 벽을 하나 넘었다 싶으면 또 다른 벽이 찾아오는 게 인생의 섭리. 이번에는 IMF 사태였다. “그때 한국에 들어와서 결심했다. 충무로든 어디든 이제는 정말 바닥부터 열심히 기어오르자고.” 마침내 김충녕 감독이 발견한 기분 좋은 샛길은 ‘한겨레 영화학교’였다. “나는 특이한 케이스도 아니더라. 신부님도 한분 계셨는데. 그분은 결국 신부를 그만두고 영화에 뛰어드셨다더라고. (웃음)”

현재 국민대학교 예술대학 종합예술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는 김충녕 감독은 단편영화 제작실습을 대전중부대학에서 가르칠 예정이다. 인터뷰 바로 다음날이 첫 출강이라 긴장된 기색이 역력하다. “아무래도 긴장된다. 중·고등학생들을 가르쳐본 적은 있지만 대학생은 처음이라서….” 게다가 그는 상상마당 사이트에 올라온 <부… 적합>을 보고 연락해온 충무로 제작사와 첫 장편영화를 준비 중이다. 자세한 것은 밝힐 수 없으나 비보이(B-Boy)를 소재로 한 작품이라고. 그러나 지금 당장 가장 중요한 건 단편 <부… 적합>을 좀더 널리 알리는 것이다. “전주영화제와 미쟝센영화제에도 보낼 생각이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졌으면 좋겠다.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는 힘을 얻는데는 관객의 반응이 최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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