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이(최성국)와 민국씨(공형진)는 정신적인 성장이 멈춘 사람들이다. 어린 시절 고아원에서 만나 대한과 민국이란 이름을 나누고 평생의 우정을 다짐한 그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함께 세차일을 하며 살아간다. 자기들만의 세상에서 자족하는 이들에게는 입신양명의 꿈 따위는 애초부터 없다. 대한이는 같이 고아원에서 자란 지은이(최정원)와 결혼하는 게 꿈이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인생의 목표로 받아들이는 민국씨는 택시기사, 비행기 조종사에 이어 권투선수가 되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에게 일생일대의 꿈이 생긴다. 지은이가 군인 손님의 기를 세워주려 “군인이 최고의 신랑감”이라고 한 말을 대한이가 곧이곧대로 믿어버린 것. 학력 미달로 군입대를 면제받았던 이들은 생애 처음으로 공부를 시작한다.
<대한이, 민국씨>의 원제는 <인생은 아름다워>였다. 그처럼 대한이와 민국씨에게는 세상의 온갖 말들이 선의로 들린다. 모자라서 순수한, 그래서 욕할 수 없는 이들이 세상과 부딪혀가며 벌어지는 소동들을 채워가는 이 영화가 분명 착한 영화라는 점에는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하지만 영화는 ‘좀 모자란 어른’이라는 설정 안에서 무리한 억지를 부린다. 자신들을 때린 박 형사(윤제문)를 고소하려는 이들이 “아는 경찰에게 말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박 형사에게 고소를 부탁한다거나, 군대를 가기 위해 무작정 부대의 담을 넘다가 간첩으로 몰리는 등의 에피소드를 이들이 너무 순수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아이 같은 말투로 일관하는 공형진과 최성국의 연기도 대한이와 민국씨를 이 시대의 마지막 순수함을 간직한 사람들이 아니라 그저 모자란 어른들로 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