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포그는 테크놀로지와 미디어에 대한 강연을 하던 중 청중을 상대로 “도덕성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는 청중에게 몇몇 문장을 읽어주며 도덕적으로 그르다는 생각이 들 때 손을 들라고 요청했다. 그는 “나는 DVD 굽는 기계(DVD burner)로 케이블TV의 영화를 녹화했다”는 문장을 가장 먼저 예로 들었다. 누구도 손을 들지 않았다. 두 번째. “나는 영화를 녹화했으나 DVD 버너가 고장났다. 친구가 같은 영화를 녹화해서 그의 DVD를 복사했다.” 소수의 청중이 손을 들었다. 세 번째. “내 녹화기가 작동하지 않았고 녹화해줄 친구도 없었다. 그래서 빌려온 DVD를 복사했다.” 좀더 많은 손이 올라갔다.
그는 이 도덕성 테스트를 500명의 열정적인 대학생 청중을 대상으로 처음 시도했다. 그들의 도덕성이 테스트 초반부터 쉽게 질문에 반응을 보인 것은 아니다. 몇 차례의 질문이 오가고 분통이 터진 포그가 “영화나 음반을 구하고 싶지만 돈을 내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다운로드한다”라고 말하자 500명 중 단 2명만이 손을 들었다. 청충 사이에 맴도는 공범자적 압박감을 염두에 두더라도 이 테스트는 지금 세대가 지닌 일반적인 생각의 변화를 도드라지게 증명하는 것이다.
물론 대학은 불법복제의 온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2005년 미국영화협회(MPAA)는 영화 불법복제의 44%가 대학생들에 의해 저질러진다고 발표했다. 그래서 연방교육기금을 저작권 수호에 의무적으로 사용토록 하는 법률도 국회에 상정됐다. 그러나 MPAA는 최근 리서치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며 44%의 수치를 15%로 수정했다. 정작 대학들은 그 수치가 3%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2월 포그가 그의 신문 칼럼에서 지적한 것처럼 “바로 지금, 심지어 파일 공유가 왜 나쁜 일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나이는 아직 어리다. 하지만 10년, 20년, 30년이 지난 뒤 그 아이들은 ‘우리’가 될 것이다. 그땐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포그가 영화산업을 향해 어떤 해답을 내놓은 건 아니다. 하지만 음악산업이 이미 그러했듯 영화산업 역시 불법복제와의 경쟁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40억개의 노래를 온라인에서 판매한 애플사는 고품질과 편의를 제공함으로써 무료 복제 음원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음반회사들이 디지털 앨범 표지 같은 걸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불법복제 음원들과 자신들의 합법적인 다운로드 제품들을 차별화하려 애써야 하는 반면, 영화는 감독 코멘터리, 메이킹 필름, 질 높은 자막,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고화질의 영상 등 불법복제 파일과 차별화할 수 있는 더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나는 어젯밤 홍콩의 영화감독 한명과 저녁식사를 했다. 그는 한 가지 가능한 해결방안이 ‘후원’이라고 했다. 경쟁이 치열한 이동통신 산업의 후원은 영화 전체의 예산을 충당할 수 있는 가장 귀중한 열쇠로, 이는 펑샤오강의 <수기>(手机: Cell Phone, 2003)나 장지안야의 <클릭>에 바치는 오마주 <콜 포 러브>(愛情呼叫轉移: Call For Love), <셀룰러>를 리메이크하는 진목승의 차기작 등 중국에서 유독 휴대폰을 컨셉으로 한 영화가 많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안티-포르노 캠페인’의 일환으로 최근 4만4천개의 웹사이트를 폐쇄했다. 이는 모든 오디오·비디오 다운로드 사이트를 오는 2월1일부터 정부 소유나 정부 산하에 둔다는 중국의 새로운 법안에 근거한 움직임이다. 이처럼 모든 온라인 매체를 정부의 통제 아래 두는 것은 극단적인 불법복제 해결책이다. 물론 이런 해결방안은 일종의 전시행정에 지나지 않는 불법복제 방지 캠페인 따위가 절대 아니다. 이제 (중국의) 영화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그 누구도 죄책감이라곤 없는 불법복제가 판치는 세상에 억지로 적응해야 하거나 새로운 밥벌이를 찾아나서야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유일한 대안은 중국의 방법론을 따라서 영화산업을 완전히 정부 통제하에 두는 것이다. 그런 건 진정한 해결책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