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월 11일 오후 2시 장소 : 대한극장 개봉 : 2월21일
이 영화
주노 맥거프(엘렌 페이지)는 미국 미네소타주의 작은 도시에 사는 16살의 여고생. 남자친구 폴리 블리커(마이클 세라)와 벼르고 별러 치른 섹스의 결과물이 뜻하지 않은 임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주노는 망연자실한다. 친구 레아(올리비아 썰비)와 함께 아이를 입양해줄 부모를 찾던 주노는 마크(제이슨 베이트먼)와 바네사(제니퍼 가너) 부부에게 아이를 맡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자유분방하고 낙천적인 성격의 주노는 밴드 출신의 광고 음악 작곡가 마크가 마음에 들고 친구 비스무레한 관계를 맺게 된다.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학교와 병원, 마크네 집을 오가던 주노는 출산을 얼마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충격적인 일을 연이어 겪고 어려움에 빠진다.
100자평
아무 생각없어 보이는 소녀의 단짝친구, 별다른 소양은 없어보이는 친아버지, 왠지 철없어보이는 새엄마, 큰 어려움없이 발견된 아이의 양부모 등 세상의 흔한 편견에 물들지 않은 <주노>의 모든 등장인물 중 그 누구도 악인은 없다. 심지어 아이의 친아버지되는 소년은 여태까지 살아온 날들 만큼 더 살아도 여전히 아버지가 될 수 없어보이지만, 솔직하고 건강하여 비겁함과는 거리가 멀다. 돌이켜보면 이토록 건강하게 긍정적인 영화가 있었을까 싶은데, 취향과 성장이 양립할 수 없다고 믿는 어른과, 두 가지 모두를 훌륭하게 지켜내는 주노의 대조가 보여주는 영화의 가장 큰 갈등은 그럼에도 여전히 묵직하다. 자조와 청승과 신파와 엄살과 과장과 순진함을 한꺼번에 거둬낸 깊은 울림이, 깜찍하게 어른스럽다. -오정연 <씨네21>기자
소녀가 임신했다. 말 그대로 기가 막힌 상황에서 <주노>는 생명의 고귀함을 설파하지도, 이 불운한 소녀의 운명을 신파로 그리지도 않는다. 그 대신 이 영화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이 소녀가 아이를 낳을 때까지의 9개월을 찬찬히 들여다볼 뿐이다. 그러나 이 와중에 <주노>는 웬만한 틴에이저 영화보다 청춘의 표정을 생생하게 포착하고, 어떤 로맨틱 코미디보다도 낭만적인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모성을 다룬 그 어느 영화보다 모성의 본질에 가깝게 다가선다. 기른 정과 낳은 정, 얼터너티브 세대와 Z세대, 남성성과 여성성, 그리고 사랑의 본질 등 대단한 차원의 이야기를 한데 품고 있지만, 절대 잘난 척하지 않는 <주노>는 오히려 소박한 풍모를 오롯히 유지하려 애쓰는 대견한 영화다. 그 공은 결국 디아블로 코디의 정교하고 발랄한 시나리오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 분명하다. 훌륭한 배우들을 적소에 기용했고, 음악의 효과를 제대로 활용한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의 성실하고 섬세한 연출 또한 대단한 몫을 차지한다. 하지만 주노를 연기한 엘렌 페이지가 없었다면 이 공든 탑은 똑바로 서지 못했을 것이다. 쉴 새 없이 조잘거리면서 눈을 반짝거리는 이 스무살짜리 배우 덕분에 우리는 긍정의 건강한 힘을 되새길 수 있다.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문석 <씨네21>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