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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진중한 통찰력 <행복한 엠마 행복한 돼지 그리고 남자>
문석 2008-01-30

돼지처럼 살다가 돼지처럼 죽는 게 가장 행복한 삶이라고 말하는 러브스토리

시골에서 혼자 살아가는 엠마(조디스 트리벨)는 키우고 있는 돼지들처럼 욕망에 솔직한 여자다. 힘있는 대로 일하고,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는 그녀의 생활에서 특별한 게 있다면 오토바이를 타면서 성욕을 충족한다는 점 정도다. 그렇게 조용하던 엠마의 일상은 농장 안으로 말 그대로 날아온 자동차와 그 안에 타고 있던 남자 막스(위르겐 포겔)로 복잡해진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막스는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의 돈을 도둑질해서 도주하다 사고를 당해 엠마의 집으로 들어온 것. 이제 엠마에게 막스는 하늘에서 떨어진 운명의 남자이고, 막스에게 엠마는 생명을 구해(또는 조금 연장시켜)줬고 마음의 평화를 주는 여자다. 순수한 여성과 시한부 남성을 내세운 <행복한 엠마…>는 한국에도 번역돼 출간된 클라우디아 슈라이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는 영화다. 구도상 애절한 러브스토리일 수밖에 없지만, 이 영화는 그에 앞서 평화롭고 행복한 삶의 조건을 묻는다. 돈이나 과도한 집착이 평온한 생의 장애물인 반면,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 아니냐면서. 워낙 착한 사람들이 나오는 착한 영화이기에 다소 뻔한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행복한 엠마…>는 단조롭지만은 않은 플롯과 입체적인 캐릭터, 그리고 데미언 라이스, 애저 레이 등의 차분하면서도 감성적인 음악으로 보는 이의 행복감을 배가시킨다. 장편 데뷔작인 <우리 오빠는 뱀파이어>로 2002년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는 스벤 타디켄 감독은 두 번째 장편인 이 영화를 통해 삶에 대한 진중한 통찰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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