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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둘이 하나되어 더욱 풍요로워지다

남북 통일이 한국영화계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을 고찰하다

진가신의 신작 <명장>이 중국어권 아시아 국가들에서 거둔 유례없는 성공은 홍콩영화협회 회장 우디청이 한 말을 상기시킨다. “중국과 홍콩 관객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영화를 만들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는 중국 관객들의 광범위한 취향의 차이를 언급하며 위처럼 말한 바 있다. 대만 역시 그 말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공통의 문자와 문화로 결속되어 있지만 다양한 정치적 유산과 사회적 발전도와 서구문화의 영향력(혹은 영향력의 결핍)으로 융합된 각각의 분리된 시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게 사실이다.

<명장>

그러나 중화권의 관객 분리 현상이 유일무이한 것은 아니다. 지난 40여년 동안, 1945년에서 1990년까지 독일영화는 두 종류로 나뉘어져 있었다. 하나는 서독의 ‘자본주의적’ 영화들, 또 하나는 동독의 ‘사회주의적’ 영화들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이 통일하자 사회주의적 가치와 정부후원-시스템 속에서 성장해온 동독 감독과 배우들은 새롭게 연합된 영화계를 풍성하게 만들며 독일영화가 지금처럼 강인해지는 데 큰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최근 나는 DVD로 새롭게 출시된 동독영화들을 집중적으로 감상해왔는데 지난 40년간 우리가 동독영화에 대해 믿어왔던 클리셰는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동독영화는 서독영화의 완벽한 거울상이었다. 동독 영화계에는 청소년영화, 코미디, 스파이영화와 로맨틱코미디 같은 다양한 장르가 있었으며 스타 시스템도 존재했다. 논의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많은 동독영화들은 할리우드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은 같은 장르의 서독영화들보다 질적으로도 나았다. 볼프강 스타우트, 헬무트 카우트너 같은 서독 장인들처럼, 동독에도 프랭크 베이어, 헤르만 초케, 랄프 뢰메르처럼 한계를 극복하며 열정적으로 전문적인 영화들을 만든 좋은 감독들이 존재했다.

독일과 중화권의 경험은 한국에 좋은 교훈을 남겼다. 미래에 북한과 남한이 차차 통일을 이루게 된다면- 서구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를 찾고 서로의 차이점을 극복해내는 일만 남은 거라면, 통일은 필연적이 아니겠나- 한국영화는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외국인인 나는 북한과 남한영화의 서로 다른 외피 아래에 숨어 있는 강렬한 공통점을 볼 수 있다.

남과 북은 통일된 한국영화에 각각 어떤 이득을 가져다주게 될까. 현재 북한 영화산업은 완고한 정치적 통제와 새로운 재능의 결핍으로 인한 재정과 투자의 부족으로 곤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소수의 북한영화들은 기이할 정도로 재미있는 이데올로기적 순수함과 윤리적 간결함을 지니고 있다. 이는 만들어지는 영화 자체가 매우 드물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남한의 영화산업은 새로운 주제의 부족과 서구적 가치의 폭격으로 인해 힘을 잃어버린 문화적 기반, 자본주의적 라이프 스타일로부터 유래한 윤리적, 이데올로기적 혼란으로 인해 곤란을 겪고 있다. 그러나 한국영화는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켜온 특유의 에너지와 결단력을 지니고 있다.

로케이션 장소의 증가와 같은 현실적인 이득과 마찬가지로, 통일된 한국 영화사업은 로케이션 장소의 증가와 같은 현실적인 부분 외에도 다양한 이득을 얻게 될 것이다. 함께 공유하고 있는 역사의 소재들은 즉각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북한 감독들은 자신의 작품에 신선한 사회적 시각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남한 감독들은 제한된 장르에의 집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통일은 독일 영화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고 중화권 영화계를 부활시키고 있다. 미래의 한국에도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이유는 전혀 없다. 이거 정말 흥미진진한 생각 아닌가. 그날이 올 때까지 살아 있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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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김도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