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Report > 해외통신원
[LA] 펜의 위력!
황수진(LA 통신원) 2008-01-30

골든글로브 좌초시킨 미국작가조합 파업의 여파, LA 영화인들은 직접적으로 체감

지난해 11월5일 시작된 미국작가조합(Writers Guild of America, WGA)의 파업이 급기야는 골든글로브 시상식 취소라는 파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연말부터 계속되고 있는 찌푸린 하늘 아래, 로스앤젤레스는 피켓을 든 빨간 티셔츠의 파업 지지자들을 거리에서 간간이 마주칠 수 있는 것 외에는 조용해 보인다. 그러나 이 도시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영화인들은 파업 효과를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이제 배우 모집공고는 찾아보기가 확실히 힘들어졌으며, 프로덕션 회사들은 경비 삭감을 위해 직원들의 노동시간을 대폭 줄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파업 효과를 가장 실감하는 쪽은 일거리를 못 찾고 공중에 붕 떠버린 현장 스탭들일 것이다.

그런 까닭에 지난 1월17일, 미국연출가조합(Directors Guild of America, DGA)과 영화및텔레비전제작자협회(Alliance of Motion Picture and Television Producers, AMPTP)가 긍정적인 재계약 타협안에 이르렀다는 소식은 모두에게 청신호가 아닐 수 없다. 사실 미국연출가조합과 (스스로가 창작자로 구성된) 작가조합이 파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 연출가조합은 운영진들이 할리우드의 내로라하는 유력 인사로 구성된 감독들이기 때문에 분쟁이 발생할 때면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주시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동시에 ‘Below The Line’이라고 불리는 조감독, 스크립터, 프로덕션매니저 등 현장 제작 스탭이 연출가조합 구성원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작가조합의 입장과 궤를 달리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들은 고용인력이기 때문에 이번 파업의 핵심이기도 한 ‘수익배분’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건 작가들과는 달리 실질적인 혜택을 입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연출가조합이 이번 협상에서 스튜디오로부터 인터넷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gross)의 차후 분배까지 보장받았다는 것을 두고 작가조합과의 타결도 조만간에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예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 확실히 스튜디오가 한발 물러선 입장임은 분명하다. 연출가조합이 이제까지 스튜디오와 비교적 무난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 이제 3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는 작가 파업으로 텔레비전 파일럿 시즌이 실질적인 타격을 받는 것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 게다가 이번 파업의 전폭적인 지지를 표방하고 있는 미국배우협회(Screen Actors Guild, SAG)와의 계약만료가 3월로 다가왔다는 점. 이 모든 상황이 스튜디오를 압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작가들의 파업이 가시화되기 위해서는 3∼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배우들은 하루아침에 모든 프로덕션을 멈추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배우파업이야말로 할리우드 최악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제80회 오스카 시상식까지 앞으로 한달. 작가파업이 수주일 내에 극적으로 타결되어 2월24일 오스카 시상식이 무사히 치러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