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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퇴치 <비트 더 드럼>
오정연 2008-01-23

에이즈를 퇴치하자는 단 하나의 우직한 웅변

“이 질병을 외면하는 것은 죄악입니다.” 에이즈에 대한 말은 이제 지겹다며, 현실을 직시한다고 희망이 생기냐고 반문하는 동포들에게 노브(오언 세이야케)가 말한다. 노브 역시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아무 데서나 거리의 여자와 관계를 가지면서도 사랑하는 부인이 콘돔 사용을 권하면 무작정 화만 내던 처지였다. 가족 모두와 마을 어른들을 조상의 저주 때문에 잃었다고 배웠던, 저주를 풀기 위해 희생된 소를 다시 살 수 있는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향하다가 노브의 트럭에 올랐고, 이제는 그것이 에이즈라는 병 때문임을 알게 된 어린 소년 무사(주니어 싱고)가 그런 아저씨의 변화를 보며 미소짓는다. 무사는 에이즈 때문에 고아가 된, 남부 아프리카의 1억2천 고아 중 한명이다.

에이즈 퇴치라는 시급한 목표의식 아래 만들어진 <비트 더 드럼>은 천혜의 자연을 앞에 두고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비참한 운명을 감내하는 이들의 구원자로 나선 순수한 소년, 그리고 이들을 한데 묶는 음악의 힘 등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하는 휴먼드라마의 클리셰로 가득하다. 시골에선 학교 선생조차 진실을 이야기해주지 않고, 도시의 어른들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문제를 외면하는 상황은 성실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 듯 생생한데, 촬영 전 제작진을 만난 케냐 대통령은 “(영화를 통해)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이 영화를 접한 이후 아프리카의 특정 국가에서 효과를 거뒀다는 비공식 통계도 있다. 그러므로 남아프리카의 어느 교실이 아닌, 2007년 한국의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한다면 다소 어색할 수도 있겠다. 게다가 영화보다 한결 복잡한 현실이 너무 비참하니, 영화 속 아름다운 풍광과 음악을 그저 즐기는 것마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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