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로 시작해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동화가 지겹지 않아? 왜 공주는 매번 왕자와 결혼해야 하고, 악당은 어둠 속으로 사라져야 해? <엘라의 모험: 해피엔딩의 위기>는, 동화를 차용하되 그 전형성에 딴죽을 거는 애니메이션이다. “봐, 해피엔딩이면 재미없잖아.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극중 대사는 이 영화가 주장하는 바를 간명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그건 이미 <슈렉> 시리즈에서 여러 차례 우려먹은 내용이 아니던가. <슈렉> 시리즈의 프로듀서였던 존 H. 윌리엄스가 프로듀서 중 하나로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이 작품에서 뭔가 발칙한 유머를 맛보길 고대한다면 큰 오산이다. 동화나라 마법왕국. 그곳 주민들의 삶은 대마법사가 소유한 저울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된다. 선악의 추가 균형을 이루는 동안 신데렐라도, 잠자는 숲속의 공주도, 라푼젤도 언제나 해피엔딩을 맞게 마련. 그러나 대마법사가 휴가를 떠나고 그의 조수인 멍크(정형돈)와 맘보(하하)가 나쁜 계모에게 마법의 지팡이를 빼앗기면서 평화로웠던 동화나라에도 먹구름이 드리운다. 동화세계를 조롱하려고 애쓰는 이 작품에서 그나마 전복적인 부분이라면 커트 머리의 신데렐라와 그녀를 짝사랑하는 왕궁 접시닦이 릭의 관계. 하지만 ‘Happily N’Ever After’라는 영문 제목이 무색하게 아름다운 여인이 용감한 남성과 결혼한다는 지극히 전형적인 해피엔딩에 이르면, 피오나가 괴물로 변했던, 그래서 더욱 사랑스러웠던 <슈렉>의 결말이 그리워진다. <무한도전>의 인기 때문인지 정형돈과 하하가 멍크와 맘보의 더빙을 맡았는데, 특히 정형돈의 목소리 연기는 섬세함이 결여된 캐릭터들의 외양만큼 부자연스럽고 정형돈답게 어색한 느낌이다. 국내에선 100% 더빙판으로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