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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과 희망이 넘치는 그시절로 돌아갈래,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
ibuti 2008-01-25

일본영화를 소개하는 작은 영화제에서 소규모 관객과 뒤늦게 만났던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이 DVD로 나왔다. 일본 아카데미에서 12개의 상을 거머쥔 작품치곤 소박한 한국 방문인 셈이다.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은 일본의 영화지 <키네마준보>가 선정한 ‘2005년의 일본영화 베스트 10’ 중 2위에 오른 작품이기도 한데, 이듬해에 1위로 꼽혔으며 마찬가지로 일본 아카데미를 휩쓴 <훌라걸스>와 여러모로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 두 영화는 근대화의 시기를 통과하는 서민, 가난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해 그들이 나누는 따뜻한 정과 미래의 낙관을 주제로 들려줬다. 그리고 많은 수의 일본 관객은 ‘맞아, 저런 시대가 있었지’라고 생각하며 사라진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향수에 젖었고, 훈훈한 이야기에 자극돼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좋게 보자면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볼 기회라지만 한편으로는 근시대의 영악한 상품화를 우려해야 할는지도 모른다. 하기는 일본영화의 이러한 경향은 근래 주목받았던 중국영화가 과거를 이야기하는 방식보다는 나은 편이다. 영웅과 제왕의 시대를 재료 삼아 비현실적이고 호화찬란한 무대와 과장된 이야기로 떡칠한 것보다야 인간미 넘치는 옛 이웃의 이야기가 훨씬 설득력있고 현실적이니까 말이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일본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사이간 료헤이의 만화를 원작으로 둔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의 무대는 1958년의 도쿄 변두리다. TV 한대에 온 마을이 들썩거리던 시절, 냉장고 문을 여는 게 가슴 떨리던 시절, 편지로 숨겨둔 마음을 전하던 시절. 영화는 문방구를 꾸려나가는 삼류소설가와 그가 흠모하는 선술집 여자, 오갈 데 없는 소년, 정비소를 운영하는 남자와 그의 가족, 시골에서 상경한 소녀와 그들 주변에 위치한 담뱃가게 할머니, 전쟁 중에 가족을 잃은 의사의 소소한 생활을 쉬운 모양새로 술술 풀어나간다. 영화엔 착한 사람, 착한 이야기, 착한 음악밖에 없다. 현실이 각박하다고 느끼는 현대인은 그들이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이 과거에는 풍성했을 거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것과 반대로,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의 인물들은 막 공사를 시작한 도쿄타워를 보면서 미래를 꿈꾸고 희망에 부푼다. “10년만 지나면 편해질 거야. 힘내자”라는 대사는 시대의 모토에 다름 아니다. 영화 속 인물들의 이상향이 ‘미래의 기억’인 것과 달리 영화를 대하는 관객은 ‘과거의 기억’이 이상향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되고, 그 지점에서 두개의 이상향은 충돌한다. 영화의 인물들이 나누는 정서는 분명 소중한 것임에도 과거가 이상적인 지향점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그 시대의 활기와 생명력 그리고 정과 희망을 찾을 곳은 각자의 내면이어야 한다.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은 눈시울을 적실 정도로 감동적인 작품이지만, 근대화 시기의 현실을 다룬 마스무라 야스조의 <거인과 완구>(1958)보다 덜 현실적이고, 가난한 민중을 정면으로 마주한 구로사와 아키라의 <도데스카덴>(1971)보다 덜 진실하다.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의 마지막 장면을 보며 마냥 감동에 빠지기 싫었던 이유는 그렇다.

DVD의 영상과 소리는 평범한 편이다. 80분에 이르는 부록은 영화의 곳곳에 쓰인 시각효과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오프닝 시퀀스 제작기’(34분), ‘시각효과의 비밀’(7분), ‘시각효과 메이킹필름’(23분), ‘시각효과 전후 비교’(20분)는 쇼와시대의 서민마을을 재현하기 위해 미술과 특수효과에 들인 공을 꼼꼼하게 소개한다. 대단한 성과를 올린 작품에 어울리는 작품의 해석이나 음성해설은 찾을 수 없고 온통 시각효과에 관한 자랑뿐이어서 이상했다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야마자키 다카시가 특수효과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임을 먼저 알아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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