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서 한 회사 간부가 말한다. “미국이 곧 일본이다!” <거인과 완구>는 그처럼 일본이 전후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뒤 미국과 같은 자본주의 체제를 공고히 갖추게 된 시대, 그 내부의 메커니즘을 날카롭게 비판적인 눈으로 들여다보는 영화다. 영화는 ‘아폴로’, ‘자이언트’에 맞서 캐러멜 시장을 지배하려는 ‘월드’의 내부로부터 이야기를 진행해간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판매 실적을 올리려 하는 선전부 과장 고다, 그의 밑에서 일하는 니시, 그리고 회사의 마스코트로 이용하려 거리에서 고다가 선택한 젊은 여성 교코 사이를 왕래하며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매 순간 시스템이 인간들을 어떻게 망가뜨려놨는가에 대한 증거들을 힘차게 누적하는 과정과 다름이 없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다. 조너선 로젠봄이 더글러스 서크의 것에 상당한다고 평한 마지막 장면은 영화를 본 이들에게 그 씁쓰레한 기운으로 인해 오래 기억될 만한 것이다. 기업 내부의 더러운 암투를 다룬 또 다른 상영작 <검정 테스트카>와 비교해서 보면 더욱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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