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적으로 보면 하나의 정신이 사라진 것 아닌가 싶다.” 10년 전 유영길 촬영감독의 영면을 두고 이명세 감독이 했던 말은 절반만 맞았다. 그가 떠난 자리는 여전히 메워지지 않았지만, 유영길 감독의 정신은 후배 감독과 촬영감독들의 마음속에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유영길 감독의 10주기 하루 전인 1월15일 제자들이 빈소를 찾은 것도 그가 남긴 정신을 되새기기 위한 것이었으리라. 이날 경기도 포천의 혜화동성당 묘원에 모인 제자 9명은 “선생님에게서 배운 것은 단순한 촬영기술이 아니라 영화 안에 사람을 담아내는 궁극의 작업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영화아카데미 시절 유영길 감독을 스승으로 모셨던 박현철 촬영감독은 묘석에 술 한잔을 올린 뒤 “어려운 상황을 만날 때마다 선생님이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고민을 하는데 늘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고, 초빙교수로서 그를 만났던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1, 2기 출신 감독과 촬영감독(구혁탄, 김병서, 김유진, 김철주, 문철배, 배현종, 이인균, 조의석)들은 생전에 고인이 즐기던 담배연기를 하늘 위로 날려보내고 있었다. 서울, 경기 지방의 기온이 올 겨울 들어 가장 낮았다는 이날, 묘소 부근이 유난히 따뜻했던 건 유영길 감독의 미소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한편, 이날 오후 영상원에서는 이명세, 이창동, 이현승, 허진호, 박흥식, 장문일, 정재은, 이모개 감독 등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추모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후배 감독과 제자들은 유족에게 유영길 감독이 참여했던 모든 작품 제목이 적힌 추모패를 전했고, 유영길 감독의 생전 모습으로 구성된 동영상과 유영길 감독의 유작인 <8월의 크리스마스>가 상영됐다.
당신의 정신을 기억합니다
유영길 촬영감독 사망 10주기, 고인의 빈소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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